산업 IT

[Story人] '한게임 창업공신' 다시 품는 김범수

이석우·남궁훈·문태식·정욱 등

카카오 관계사 경영자로 돌아와

'人和' 기반한 김범수 용인술에

한게임 올드보이 화려한 귀환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연합뉴스김범수 카카오 의장 /연합뉴스




0315A02 카카오


지난 2007년 9월. 김범수 당시 NHN 미국법인 대표는 본인이 창업한 NHN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NHN은 게임 부문이 주축인 한게임과 검색 부문이 주축인 네이버컴의 결합으로 탄생한 회사였기 때문에 한게임 계열 수장인 김 대표의 결정은 그를 따르던 창업공신들의 퇴진을 의미하기도 했다. 실제 김 대표의 퇴진 이후 남궁훈·문태식 등 NHN 창업멤버들도 하나씩 회사를 떠난 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8년. ‘김범수의 사람들’로 불리는 한게임 출신 올드보이(OB)들이 뭉치고 있다. 이번에도 핵심축은 ‘김범수’지만 그들을 보듬는 우산은 한게임이 아닌 카카오로 바뀌었다.

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한게임 출신 경영자들이 카카오라는 우산 아래 모여들며 다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잘 보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용인술에 게임을 중심으로 각종 콘텐츠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는 카카오의 경영방향이 잘 맞아 떨어진 탓이다. 국내 ICT 업계 1.5세대로 분류될 만한 이들의 활약이 카카오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범수의 사람들’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은 이는 지난달 핀테크 업체인 두나무의 대표로 선임된 이석우씨. 이 대표는 NHN 미국법인 대표와 카카오 대표 등을 맡은 범(汎)한게임 출신이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관계사 지분을 포함해 두나무 지분 25%를 가진 2대 주주다. 두나무의 이 대표 선임에는 김 의장의 의중도 상당히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와 이 대표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카카오의 한게임 올드보이 챙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스크린골프 전문업체인 마음골프를 인수했으며 카카오는 지난해 2월 게임사 넵튠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마음골프는 한게임 창업멤버 출신인 문태식 대표가 이끄는 회사이며 넵튠은 한게임 대표 출신인 정욱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게임 올드보이 출신으로 위메이드·CJ인터넷 대표 등을 지냈던 남궁훈씨는 2016년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영입돼 김 의장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의장은 또 NHN 미국법인장을 지낸 윤정섭씨가 이끄는 스타트업 미띵스에 3억원가량의 초기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한게임 출신 등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이 같은 김 의장의 투자성향과 용인술은 단순히 ‘내 사람 챙기기’가 아니라 이들의 능력을 보고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들이 카카오라는 큰 우산 아래로 들어오며 카카오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넵튠의 경우 카카오가 지분투자를 단행한 후 주가가 1.5배가량 올랐으며 마음골프 인수로 카카오가 가상현실(VR) 등의 신규 서비스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남궁 대표를 영입한 후 지난해 최대 화제작이었던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권한을 따냈고 미띵스는 최근까지 15억원을 투자받으며 유망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김 의장의 스타일은 업계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매우 대조적이다. 이 창업자는 NHN 창업멤버였던 김 의장과 2007년 결별했으며 2014년에는 또 다른 창업멤버라 할 수 있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결별한 후 각자의 길을 걷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창업자는 2006년 인수한 검색업체 첫눈 출신인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비롯해 네오위즈 출신인 김창욱 스노우 대표 등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를 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이 인화(人和)에 기반한 용인술을 보인다면 이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식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조직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며 “다만 양쪽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일궈낸 만큼 어느 쪽의 경영 스타일이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