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빗속에 강행된 구청장배 테니스대회...결국 가위바위보로 승자 결정

서초구청, 우천에도 대회 무리하게 강행

비 쏟아지자 추첨 등으로 승패 결정 통보

구민들 "정치인 위해 들러리 세웠나" 뒷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제27회 서초구청장기 테니스 대회’에 참가한 테니스 동호인들이 우천으로 대회 진행이 차질을 빚자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허진기자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제27회 서초구청장기 테니스 대회’에 참가한 테니스 동호인들이 우천으로 대회 진행이 차질을 빚자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허진기자



빗속에 강행된 구청장배 동호인 테니스 대회의 우승자가 결국 ‘가위바위보’와 추첨으로 가려지며 참가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행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구청이 대회를 강행한 것을 두고 동호인들 사이에서 “대회를 참관하러 온 정치인들을 위해 빗속에 시민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25일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반포종합운동장을 비롯해 자치구 관내 테니스장에서 ‘제27회 서초구청장배 테니스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등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 여러 정치인들이 자리했다. 동호인들은 대회 참가를 위해 팀당 12만원을 참가비로 냈다.


문제는 대회 당일 경기 시작 전 이른 새벽부터 비가 내리면서 발생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안전문제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지만 구청은 대회를 강행했다. 이날 서초구 외에도 동작구과 도봉구도 같은 대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들 자치구는 우천을 이유로 연기했다. 서초구 대회에 참가한 김모(40)씨는 “참가자 대다수가 40~50대여서 빗물에 미끄러지면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최 측이 1~2시간 동안 빗속에 참가자들을 세워뒀다가 결국 대회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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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7회 서초구청장기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정치인과 서초구청 관계자 등이 대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초구체육회 누리집지난 19일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7회 서초구청장기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정치인과 서초구청 관계자 등이 대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초구체육회 누리집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며 더 이상 경기진행이 어려워질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경기를 거부하는 참가자들이 속출하자 주최 측은 남은 경기를 취소하고 가위바위보와 추첨으로 승자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남성부 경기는 개인전, 금배부, 은배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은배부의 경우 8강까지 가위바위보로, 그 이후 경기는 추첨을 통해 승부를 가렸다. 금배부 등 다른 부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회가 끝난 후 서초구청 누리집에는 주최 측의 일방적 행보에 대한 비난 글이 올라오는 등 참가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결과적으로 행사의 주인공이어야 할 시민들이 정치인들 인사나 받아주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참가자 강모(46)씨는 “대회 일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가장 중요한 건 참가자들의 안전”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테니스대회는 구청이 아니라 체육회 소관”이라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요구하는 환불 조치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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