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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부품에서 안보까지...아베의 한국 '이지메'에 당하랴

외교문제에 경제 난국 첩첩산중
임진왜란 직전처럼 정쟁 일삼아
자주 국방의 길·자립 경제 등
'박정희 시대' 가치 다시 떠올려
범정치권, 한 목소리로 대응해야

[권홍우 칼럼] 부품에서 안보까지...아베의 한국 '이지메'에 당하랴

혼란의 시대다. 경제가 어렵고 대외 관계도 삐걱거린다. 대북관계가 좋아졌어도 미국 대통령 1인에 의존하는 천수답 처지다. 대일 관계는 더없이 나쁘다. 우리가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갈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잃어버린 언어와 가치가 떠오른다. 자주국방과 통일, 수출 증대와 수입선 다변화. 하나같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점 추진했던 사안들이다. 대통령은 오직 그분이던 초·중·고교 시절 이런 말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박 대통령이 시해됐을 때 재수생의 코앞에 걸린 대입 예비고사보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는 어떻게 되냐는 걱정이 앞서 광화문 분향소를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결과적으로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다행이지만 그토록 중요하다고 교육받은 ‘자주국방’과 ‘자립 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좋지 않기에.

‘자주국방’부터 보자.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의 최근 저서 ‘자주국방의 길’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한 계기는 지난 1971년 주한미군 7사단의 철수다. 한국은 그때부터 방위산업을 눈물겹게 육성해 오늘에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은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라면 완전한 자주국방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을 보였다. 오늘날 한국의 무기 자급 능력과 군의 장비 수준은 그때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자주국방도 달성됐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언어조차 잘 쓰이지 않는다. 자주국방을 대신한 언어가 ‘한미동맹’이다. 말뿐 아니라 의식도 의존적으로 바뀐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환생한다면 후배 군인들을 칭찬할까.


작금의 경제난도 예전의 언어로 해석이 가능하다. 수출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당시에는 매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가 열렸다. 핵심 관심사는 대개 두 가지였다. 수출 극대화와 대일 무역수지 역조 감소 방안 강구. 수입선 다변화정책이 후자의 연장선이다. 대일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소 비싸더라도 유럽이나 미국 제품을 수입하자는 대안은 3공을 물론 5공과 6공까지도 이어졌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을 이유로 폐지되기 전까지 대일 수입 억제는 일관된 정책이었다. 정치적으로 자신과 대척점에 선 사람들을 ‘일부 몰지각한 인사’라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사치품 수입 등 경제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이렇게 불렀다. ‘일부 무분별한 사람들.’

박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우리나라에 ‘일부 몰지각하고 무분별한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줄 몰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에 나서는 판국에서 가장 좋은 대책은 ‘세련된 총력 대응’이다. 정부는 신중하게 중심을 지키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일본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모습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현상은 정반대다. 일부 정치인이나 논객들의 행태를 보면 국적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토착 왜구’라는 표현은 매우 잘못된 것이나 빌미를 주는 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싫어도 국익과 한국인의 정체성이 걸린 외교 문제까지 정쟁의 도구화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3공이라면 이런 사람들을 ‘비국민’이라고 불렀다.

‘비국민’이라는 용어의 원조인 일본은 치밀하다. 아베의 노림수는 경제보복에 그치지 않는다. 안보까지 연결해 한국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은 이걸 헤쳐나갈 능력이 있는가. 없다. 처지가 고약하다. 해럴드 홀트 전 호주 수상은 미 해군의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훈련을 갖자는 제의에 ‘친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만 고객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손사래 쳤다. 한국은 호주보다 미중 두 나라에 덜 자유롭다. 안보에서는 미국, 경제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한국을 공식적인 한미일 3각 동맹에 묶으려 하지만 그랬다간 박 전 대통령 시대부터 쌓아온 수출 구조가 무너질 판이다. 한국과 갈등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국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멀어지게 만들고 대북 화해도 최대한 막자는 것이다. 남북 교류 활성화만으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우리 경제는 점프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갈등을 선거용일 뿐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다중 포석으로 깔아놓은 셈이다. 난관 극복의 첫걸음은 가치 회복에 있다.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과 서인처럼 무엇이든 당쟁으로 몰고 간다면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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