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중국 친환경 산업’의 딜레마

THE DILEMMA OF ‘GREEN CHINA INC.’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청정 에너지 붐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다만 무역갈등이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By Jeffrey Ball

미중 무역 전쟁이 오히려 미국 일자리를 늘린다는 주장은 이제 그만하자. 워싱턴 주 모세 레이크 Moses Lake 소재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노르웨이 회사 REC 실리콘은 지난 5월 중대 발표를 했다. “중국 폴리실리콘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올 여름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REC는 양국간 휴전 가능성을 기대하고 최종 결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 시설의 불확실한 미래는 광범위하고, 고민스러운 현재 트렌드를 암시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 전지판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원료로서,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국이다. 실제로 친환경산업을 전략적 우선 과제로 정한 중국은 세계 최대 청정에너지 장비 생산국이 됐다. 청정에너지도 가장 많이 생산한다. 그 동안 미국은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진 않았다. 대신 중국의 ‘녹색 거인’을 제압하는 데만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접근 방식은 지구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까지 해치고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관세전쟁은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격렬하다. 그 결과 역풍을 맞은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반중 열기는 미국이 기회를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청정에너지 산업은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고, 현명한 기업들에는 돈을 벌 기회가 열려 있다.

중국의 친환경 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접근방식도 성숙해져야 한다. 보호주의는 특히 청정에너지에 큰 문제가 된다. 이 산업이 태동기부터 다른 대부분 섹터들보다 더 세계화 됐기 때문이다. 연 매출 17억 달러를 올리는 미국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사 중 한 곳인 선파워 SunPower는 새너제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대 주주는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이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제품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3년까지 최대 20종류의 전기차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한국 LG화학에서 전기차 셰비 볼트 Chevy Bolt의 배터리와 부품을 공급 받고 있다. 또한 중국을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주요 청정에너지 제품 판매업체들은 중국 공급업체와 투자자, 고객 중 한 두 가지나 세 가지 모두와 얽혀 있다.

중국 후저우의 바닷가재 양식장 위에 세운 태양발전소. 사진=포춘US중국 후저우의 바닷가재 양식장 위에 세운 태양발전소. 사진=포춘US



REC 실리콘 공장은 무역 전쟁에서 최근 생각지도 않게 피해를 입은 경우다. 미국은 5년여 전 중국 태양전지판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상품을 전 세계 시장에서 ‘덤핑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관세가 자국의 태양전지판 제조업 일자리를 크게 늘리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영리 단체 솔라 재단에 따르면, 2017~2018년 미국의 태양 발전업계 고용률은 오히려 3.2% 감소해 일자리가 24만 2,000개에 그쳤다. 태양전지판 제조업 일자리는 거의 9%나 줄었다. 폴리실리콘은 원래 미국이 주요 생산국인 유일한 태양열 시장 중 하나였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후, 중국은 미국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도 보복 조치를 취했다. 결국 미국 공장의 인원감축을 불러왔다. 실제로 REC는 몇 달 전, 모세 레이크에서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이 중국 친환경 산업의 상승을 걱정하는 이유는 있다. 중국은 철저한 계획경제 체제다. 따라서 ‘전략적’ 녹색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국가적 사업에 자금을 대도록 국유은행을 지원한다. 아울러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실질적인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허점투성이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을 더 우대하는 불평등한 환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중국이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친환경 기업을 현대화하고, 미국 자본에 새 기회를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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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번째 변화는 비용 대비 더 많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 보조금을 구조조정하는 조치다. 중국의 많은 청정에너지 노력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좋은 사례다. 업계 전문매체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순수전기차의 60%를 중국이 판매한 것은 어느 정도 국가의 지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보조금이 충분한 혁신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그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한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가는 전기차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일부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그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정책 변화는 이런 서구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지 기업과 합작하지 않아도 중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난해 중국의 조치도 호재다. 테슬라가 1월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짓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다.

중국의 두 번째 개혁은 저탄소 투자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려는 노력이다. 현재 중국은 친환경 사업을 지원하는 ‘녹색채권’의 금리 인하 등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상장사들이 스스로 환경책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이른바 ‘녹색 금융’을 창출하고 있는 서구의 금융 공룡들 입장에서는, 중국은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이미 언스트 & 영 Ernst & Young은 중국 기업 그린본드 프로젝트의 최대 회계감사업체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JP모건 체이스와 다른 미국 은행들도 중국 고객사들의 녹색채권 발행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서라도 중국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제적인 환경개선 촉구는 핵심을 크게 벗어난 행동이다. 차라리 미국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재정적 이익을 거두기 위해, 중국의 친환경 산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글의 필자 제프리 볼 Jeffrey Ball은 스탠퍼드대학교 부속 스타이어-테일러 Steyer-Taylor 에너지정책금융센터에 몸을 담고 있는 학자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비상근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그가 쓴 브루킹스 논문에서 발췌했다.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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