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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수브라 수레시 난양공대 총장 "4차 산업혁명 선도하려면 대학이 신기술 테스트베드 돼야"

<수브라 수레시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

난양공대, 정부와긴밀 협력 통해 국가 R&D 방향 제시

알리바바·HP·볼보 등 글로벌 기업과 조인트랩 설립

융합형 인재 키우려 AI·데이터사이언스 필수과목 지정

세계적 교수진·포닥 공격적 영입 통해 경쟁력 강화도

수브라 수레시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이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난양공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며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고광본선임기자수브라 수레시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이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난양공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며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고광본선임기자



“난양공대는 정부와 같이 큰 방향을 잡고 인재를 기르고 생명공학(B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연구개발(R&D) 성과를 사업화(Entrepreneurial Commercialization)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브라 수레시(63)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총장은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사이언스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우수한 교수진이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논문도 많이 쓰지만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와 산학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베드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난양공대를 매우 독특한 대학이라고 표현한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경쟁력과 우수한 교육여건, 학문 간 융합, 산학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40여년간 미국에서 공부한 뒤 국립과학재단(NSF) 총재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초 난양공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수레시 총장은 우선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와 인공지능(AI)연구소를, 미국 휴렛팩커드와 디지털연구소를 난양공대에 공동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조인트랩을 계속 세우고 있다”며 탄탄한 연구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산학연계를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 몇 년간 난양공대는 볼보·BMW·롤스로이스 등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독일 지멘스, 프랑스 Blue SG, 대만 델타일렉트로닉스, 싱가포르 SMRT 등 많은 기업과 공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자체가 우수한 교육체계와 개방성을 갖춘데다 난양공대는 혁신과 최첨단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로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부상하고 있어 세계 기업들과 과학자·학생·연구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수레시 총장은 “난양공대는 젊은 대학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며 “BT 등을 강조하는 A*STAR 등 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MIT·케임브리지 등 세계적 대학과 제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립연구재단의 ‘연구·혁신·사업화(RIE) 2020 계획’에 따라 헬스케어·바이오메디컬, 디지털 경제, 도시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중심으로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196억싱가포르달러(약 17조원)를 R&D 예산으로 집행한다. 이처럼 정부가 5년 단위로 국가 R&D의 큰 방향을 정하지만 입시와 교육과정 등 대부분의 대학 운영은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4차 산업혁명기 AI, 빅데이터, 로봇,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맞춤형 의학, 사이버 안보, 블록체인, 에너지 효율화, 물과 에너지 재생, 지속 가능한 환경 연구를 위해 대학이 테스트베드가 돼야 한다는 게 수레시 총장의 소신이다. 실제 난양공대는 뛰어난 AI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스웨덴 볼보 등과 함께 자율주행 버스를 캠퍼스에서 운행하며 정부와 자율주행차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현재 자율주행 버스 기술 수준은 4단계이며 시내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화산·지진·허리케인·쓰나미·산불 등의 자연재해 관찰·예측 연구 등에서도 강점이 많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독특하게 물리적·디지털·생물학적으로 융합하는 것으로 전례 없는 사회변화로 이어지게 된다”며 선제적 대비를 주문했다. 이어 “난양공대는 매우 넓은 캠퍼스가 아주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데 앞으로 몇 년 내에 세계에서 제일 큰 스마트캠퍼스 중 하나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면서 “영국 옥스퍼드나 미국 MIT처럼 역사가 오래된 대학은 이렇게 변화하기 힘들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난양공대 주행장에서 연습중인 자율주행버스. /사진=난양공대 홈페이지난양공대 주행장에서 연습중인 자율주행버스. /사진=난양공대 홈페이지


디지털 기술을 학습·생활·근무·놀이·금융거래·쇼핑·통근·주차·헬스케어에서 활용해 구성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AI·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의 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에듀테크(교육+기술)의 경우 2013년 설립한 의대 교육을 예로 들며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수업 중 토론하며 동물실험 시 VR을 띄워 훈련하고 3D프린터로 장기를 출력해 모의수술을 한다고 전했다. 플립교실(Flipped learning·역진행 수업방식)과 메이커 스페이스(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만드는 공간)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인문학(humanities)을 융합해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힘줘 말했다.

AI가 10~20년 뒤 인간지능에 접근하고 수십년 내에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달할 것이므로 과학기술로 미래사회의 부정적 요인은 줄이고 혜택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학부생은 지난해부터 AI와 데이터 사이언스와 연결된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소양) 코스를 들어야 하고 동문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아름다움과 공학, 인문학과 기술, 시와 컴퓨터 프로세서를 연계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월터 아이작슨 아스펜연구소 대표)’는 말을 인용하며 난양공대 디지털아트상을 만든 배경도 설명했다.


난양공대는 스웨덴 출신으로 노벨화학상 심사위원장이었던 전임 버틸 앤더슨 총장 시절 교수진의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세계적 석학을 대거 영입하며 경쟁문화가 가속화됐다. 수레시 총장은 “난양공대는 우수한 교수진을 굉장히 많은 연구비를 주고 초빙한다. 교수진과 학생들이 모두 매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우수한 포닥(박사 후 과정 연구원)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post-doctoral fellows)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닥에 많은 연구비를 주고 12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부터 5년간 70명씩 선발해 교수와 경쟁시켜 역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학의 경우 일류대학조차 연구실에 포닥이 별로 없어 교수들이 연구에 애로를 호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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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전을 묻는 질문에 수레시 총장은 “싱가포르는 얼리 스마트네이션(early smartnation·선도적 스마트국가)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 난양공대의 스마트캠퍼스화를 가속화하고 기업과 함께 인류를 위한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이 과정에서 사이버안보, 연구윤리, 규제·정책·거버넌스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싱가포르=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난양공대 명물인 더 하이브 건물. /사진=고광본 선임기자난양공대 명물인 더 하이브 건물. /사진=고광본 선임기자


■ 경쟁으로 성장하는 난양공대

성과로 말하는 ‘亞의 MIT’

신성장동력 요람으로 우뚝

난양공대는 지난 1955년 사립 난양대학으로 출발해 1981년 난양기술학교로 바뀐 뒤 1991년 국립교육학교와 합병하며 국립 종합대로 탈바꿈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KAIST나 포스텍 등을 벤치마킹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연구 경쟁력이나 사업화 성과에서 상당히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에서는 난양공대를 아시아의 MIT로 부르기도 한다.

난양공대는 공대는 물론 사이언스대, 의대, 경영대, 인문·예술·사회과학대로 구성돼 있으며 교직원과 학생이 4만여명이다. 우수 교수진을 영입하는 데 과감히 돈을 쓰고 교수와 학생의 국적이 매우 다양하다. 2011~2017년 대학을 이끌었던 버틸 앤더슨 총장 시절 기존의 교수를 대량 해고하고 파격적인 연구비를 주고 석학을 대거 뽑으며 교수진에 철저한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했다. 교수가 테뉴어(종신교수)를 받으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체어 Professorship’을 실시하고 성과가 부진하면 언제든지 교체한다. 미국 대학 시스템이다. 인용이 많이 되는 우수한 논문을 써야 하고 사업화에 나서야 한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최근 밝힌 ‘2020년 세계 대학순위’에서 싱가포르국립대(NUS)와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학생들도 입학에 비해 졸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난양공대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 /사진=고광본선임기자난양공대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 /사진=고광본선임기자


난양공대는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대학원생의 70%와 학부생의 15%가량이 외국인이다. 일본 닛케이와 네덜란드 엘스비어리포트에 따르면 2012~2016년 인공지능(AI) 논문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으로 많이 인용됐다.

난양공대는 싱가포르국립대 등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베이스캠프라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면적은 서울보다 20% 정도 큰데 인구는 564만여명(2018년)이다. 수브라 수레시 난양공대 총장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를 스마트시티·스마트국가로 변화시키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조남준 재료과학·공학스쿨 교수는 “싱가포르는 정부와 지원기관·대학 등이 5년마다 비전과 실행방안에 관한 혁신 계획을 세워 산학연정 협력을 통해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편익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싱가포르=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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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인도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대에서 석사를,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고 3년도 안 돼 테뉴어를 받았다.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MIT 학장, 카네기멜런대 총장도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0년에는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과학과 공학 분야의 정부 지원금을 집행하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총재(Director)로 임명됐다. 20여년간 싱가포르 정부의 교육·과학기술 정책 등을 자문하다 40여년간의 미국 활동을 정리하고 지난해 초 난양공대 총장으로 부임해 대학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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