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경기 꺾였는데 소주성·부동산 규제 강행...'정책 오판' 도마위에

[경기정점 2017년 9월...정부 처방 논란]

통계청 "반도체 부진·미중 충돌로 경제 위축" 진단 불구

금리인상 등 정책 실기에 확장재정도 부양보다는 복지로

親勞도 일조...국내외 변수 많아 내년 회복마저 불투명

20일 오전 대전 통계센터에서 열린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경기 정점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20일 오전 대전 통계센터에서 열린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경기 정점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경기 정점을 찍은 뒤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환경 악화에 따라 국내 경제 위축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및 법인세율 인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제대로 된 경기판단을 하지 못하고 정책을 실기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해 4·4분기 이후 특히 경제상황이 악화됐다는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대외여건 탓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제11순환기 경기 정점을 ‘2017년 9월’로 공식화한 20일 김용범 1차관 주재로 주요 연구기관 및 투자은행(IB)의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기재부는 2018년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과정에서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이 본격적으로 위축되며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참석자들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각국의 경기 정점이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 집중돼 세계적으로도 주요 국가의 경제동향이 동조되고 있다”면서 “대외환경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하강기에 접어든 시점에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은 피하기 힘들다. 세계 하방 리스크 확대에 정책적 요인이 겹쳐 경기악화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2017년 4월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으로, 그해 11월에는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부진’을 언급한 것은 불과 6개월 전인 올해 4월이다. 이 같은 판단 속에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29% 올렸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했으며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는 등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는 소득주도 성장을 강행해 실물경제에 부담을 줬다. 또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1.25%→1.50%)과 지난해 11월(1.50%→1.75%)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경기 수축기에 경기를 더욱 하강하게 만든 정책을 펼친 셈이고, 이는 투자지표와 고용지표가 지난해 급격히 악화하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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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기 정점 직전까지 상승기를 버텨준 것은 건설경기”라는 통계청의 분석으로 미뤄봤을 때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2017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 8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담은 ‘8·2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며 이후 9·13대책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요인이 없지 않겠지만 노동정책과 반투자정책이 경기를 추가적으로 하강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을 추진했다고 설명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실장은 “2017년부터 재정을 풀면서 완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늘린 내년 예산 중 3분의1이 복지일 정도로 실질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의무지출을 확대하면서 재정 승수 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정점이 정해지면 부양이 이뤄져야 하는데 공무원 증원과 복지 확대 등에 재정투자가 이뤄져 실질적인 부양책은 아니다”라며 “현 정부는 소주성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역으로 갔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외여건 악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기는 하나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가 받는 영향이 크다. 이는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된 구조적인 문제도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제조 강국들이 앞서 겪은 위기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사례와 같이 우리 제조업도 하강 국면”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을 하고 실물경제가 반등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현재 24개월로 역대 세 번째인 제11순환기의 수축기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이냐다. 내년 2월까지 경기가 반등하지 못한다면 하강 기간은 역대 최장이었던 제6순환기의 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을 넘어선다. L자형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선행지수의 선행성이 크게 약화되는 가운데 경기순환 변동폭도 매우 축소돼 경기순환 정점과 저점을 사전에 예단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경기 국면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신중을 요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세종=황정원·나윤석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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