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90년대생 왜그러냐고?’ X세대와 비교해봤다 (밀레니얼에 대하여)





고령화, 저출산, 이민정책. 복잡한 인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방법은 없을까요?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타노스라는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는 우주의 인구가 당장 절반으로 줄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죠. 결국 영화 속에서 타노스는 손가락 한 번 튕겨 세상 인구 절반을 쓸어버립니다. 잔인한 발상이긴 하지만,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지구엔 그에 버금가는 해결책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한국의 인구는 늘고 있는데 정부는 연일 저출산을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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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요? 인구 문제의 핵심이 ‘인구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안 태어나고 기대 수명은 늘다 보니 한국 인구는 계속 늙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고령화 속도 1위도 우리나라가 차지했죠. 타노스의 생각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인구를 절반으로 날려버려도 연령별 인구 그래프 모양은 똑같으니까요.

그럼 아이만 많이 낳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요? 출산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아이를 안 낳으면, 미래의 늙은 우리는 누가 부양할까요? 썸 오리지널스 인구 편에서 인구 관련 이슈를 어벤저스 주인공들에 빗대어 들여다봤습니다.[편집자 주]

■‘밀레니얼 세대’ 대표주자 스파이더맨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인구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스파이더맨입니다. 어벤저스 공식 막내지만 어벤저스의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보다 뛰어난 스펙의 가진 인물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왠지 스파이더맨에게서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말 많고, 자기주장 강하고, 전자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일상 브이로그를 찍는 일반인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본명)로서의 모습. 딱,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이죠. 이런 스파이더맨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속 뉴욕이 아닌 현실 속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6.0명에서 0.98명으로…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의 현주소

스파이더맨은 2001년에 태어났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죠. 밀레니얼은 인구 정책의 핵심이 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2030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고령화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2018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했습니다. OECD 만년 꼴찌인데다,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졌죠.



처음부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낮았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이 태어나 문제가 됐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인구는 크게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베이비붐 세대는 1950~1960년대에 태어난 인구를 뜻합니다. 이 시기의 합계 출산율은 무려 6.0명이 넘었죠. 당시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은 3%대에 달해 23년마다 인구가 2배로 증가하는 인구 폭증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1960년엔 65세 이상 노인이 총인구의 2.9% 정도인데 반해 유소년 인구는 42.3%로 급증해 생산연령이 인구의 반을 겨우 넘었죠. 지금과 달리 고령 인구 부양이 아닌 ‘유소년 부양’ 부담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이에 따라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출산 억제 정책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 출산율은 꾸준히 낮아져 20년 후 1980년대에 이르러 대체출산, 즉 인구 유지수준으로 낮아졌죠. 그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바로 X세대입니다. X세대에 이르러선 합계출산율이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태어난 인구수는 역대 최다였습니다. 1969년 100만 명을 넘더니 1971년엔 102만 명이 태어났습니다. 베이비붐의 상징인 1958년에도 100만에 한참 못 미치는 76만 명이 태어난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그 후 태어난 이들이 바로, 스파이더맨이 속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이들은 앞서 말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의 자녀 세대기도 합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세대보다 출생률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태어났다는 점이죠.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까지의 출산율은 1.6명에서 1.7명 사이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출산율이 충분히 낮아졌음에도 1980년대 중반까지 출산억제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다가 1996년 가서야 ‘인구 복지’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결국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출산율은 빠르게 감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은 1998년 1.5명 미만으로 낮아진 후 2000년을 지나며 1.1~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출산율을 기록하게 됐죠. 정부는 2006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출산장려정책을 도입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애들’, 밀레니얼은 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걸까요?

■미혼 남녀 38% ‘자녀 없어도 무관’…원인은 경제적 성장 배경

‘N포세대’란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집, 인간관계, 꿈, 희망 직장 등 셀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에서 생겨난 신조어죠. 이 단어는 밀레니얼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을 대변합니다. 밀레니얼이 예전 세대보다 월등히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환경 속에 자란 건 사실입니다. 1980년 중반 이후 한 자녀 가정이 보편화하면서 한 자녀에게 지원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성장 과정 내내 경제 실패를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IMF의 직격탄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의 좌절, 상시 구조조정의 서막을 연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맞닥뜨린 X세대의 경쟁을 접한 거죠. 그렇다 보니 경제적 불안을 크게 느끼고 안정된 삶에 대한 갈망도 강합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2030이었던 1970~80년대는 군사독재의 시기이면서 경제의 ‘급성장기’였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 후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용’으로 탈바꿈시켰죠.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던 가난한 나라를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일으켰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타격을 입긴 했지만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을 담보했던, 평생직장을 누릴 수 있는 세대였습니다.

X세대에 들어서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지긴 했지만,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 되거나 평생 한 분야에서 일하는 게 흔한 세대였죠. 누구나 직업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하면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처한 경제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은 2011년 세계성장률(4.2%)보다 낮은 3.7%를 기록한 이후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의 출현’이라는 자조도 생겨났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2018년엔 미국 중앙은행(Fed)은 밀레니얼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 남성의 평균 소득은 X세대가 2030이었을 때에 비해 18%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선 27%나 적었죠. 여성의 평균 소득도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보다 각각 12%와 24%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부채 규모는 비슷해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소득 대비 큰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N포 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밀레니얼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N포’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는 해석인데요. 결혼, 연애, 집, 인간관계. 삶의 기준이 변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니, ‘포기’라는 말을 쓸 수 없다는 겁니다. 밀레니얼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따로 있다는 거죠.

밀레니얼은 과거 세대보다 개인주의적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바뀌면서 조직형 인간에서 개인형 인간으로 변화했다는 겁니다. 신입 사원의 높은 퇴사율에서도 드러나죠. 2018년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 차 이하로 절반 수준에 달했습니다. 조기 퇴사한 2030은 ‘상사·동료와의 갈등’, ‘잦은 야근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퇴사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는 부조리한 상황을 참고 견디기보단 목소리를 내고,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끼면 조직을 떠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합리성·효율성에 대한 가치를 조직 생활의 가치보다 높게 두기 때문입니다.



비선형적 사고도 밀레니얼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2008년 6,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는 방식이 아니라 이리 저리 건너뛰며 관심 있는 정보만 훑는 방식을 사용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읽고 지식을 습득하기보단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조각조각 빠르게 습득하는 방식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하면서 유명세를 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에선 이를 두고 “더이상 책 읽기를 할 수 없게 된 뇌”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확산하면서 이런 특성은 더 강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영상은 제 3의 언어로 자리 잡았는데요. 밀레니얼 세대는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다시 동영상을 제작해 정보를 전달합니다. 과거보다 디지털 역량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죠.

다음 편에선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알아볼 예정입니다. 가족 때문에 어벤저스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히어로 ‘호크아이’가 주인공이죠. 밀레니얼이 ‘워라밸’을 외치는 이유와 출산율의 상관관계,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정가람 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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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센터 정가람 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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