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과도한 상속세 사후요건 개선을

김화만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



‘107년 기업’, 국내 인쇄업계의 살아 있는 역사를 간직한 업체 보진재가 사라진다. 4대째 이어 오며 한때 전 세계 성경책의 30%를 만들었던 이 업체의 운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기업승계 관련 가업상속 세제와 제도 개선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장수기업이 나올 수 없는 나라’라는 말은 통계 수치에서도 명확하게 나온다. 창업 100년을 넘긴 기업이 일본 3만3,079개, 미국 1만2,780개, 독일 1만73개인 데 반해 한국은 보진재를 빼면 9개에 불과하다. 200년 이상 기업이 한국은 전무하지만 일본 3,937개, 독일 1,563개, 프랑스는 331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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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업 역사가 일천하다 해도 이렇듯 장수기업이 빈약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공통으로 과도한 상속세 폭탄, 고용·자산·업종·지분 유지라는 4대 패악과 비합리적인 지원제도를 든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중 기업승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69.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상속세는 50%지만 할증세율을 적용하면 실제 65%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이와 함께 기업승계 세제지원의 일환으로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엄격한 사전·사후 요건으로 2017년에 91건만 활용했다.

1975년 설립돼 세계 1위 손톱깎이 제조업체인 쓰리세븐의 사례는 씁쓸하다. 창업주 별세에 따라 상속세 약 150억원의 납부를 위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2010년 창업주 유족이 손톱깎이 부분을 재인수했지만 세계 1위 타이틀은 이미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보다는 경영 노하우, 고용, 기술, 사회적 공헌 등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이 강조된다. 경영의 영속성을 통해 장기적 투자,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촉진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 일자리 유지 및 창출, 사회적 부를 확대하는 데도 가업승계가 유용하다고 본다. 그 결과 독일은 전체 기업 309만9,493곳 중 가족기업이 295만2,900곳에 이른다.

우리도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고 촉진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사전·사후 요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일단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자산·지분·고용·업종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낡은 틀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특히 고용을 10년 동안 100% 유지하라는 조건은 기업투자 촉진, 혁신에 유연한 기업경영 측면에서 개선이 간절하다. 또 처분자산을 전부 가업에 재투자하는 경우 예외 인정이 있어야 하고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도 비상장 법인 30%, 상장 법인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도 현행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하고 상속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해 사전증여를 통한 계획적 승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거나 낮추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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