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금

세수 5조 줄었는데 지출 41조 더…4년만에 '세수 펑크' 우려

■ 재정적자 57조 사상 최대

국세수입 진도율도 2.2%P 하락

국가채무 연내 700조 넘어설듯

"복지에 치중 땐 경제 위기 직면"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경제부총리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권욱기자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씀씀이가 커지는데 ‘세수 호황’은 막을 내리면서 나라 곳간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국가 살림살이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와 통합재정수지는 나란히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부 지출은 전년 대비 약 41조원이 증가한 반면 세금은 5조6,000억원이 덜 걷히면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선심성 복지 지출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세금 폭탄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를 보면 올해 1~9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5조6,000억원 줄어든 22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국세 수입이 1~9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13년(-2.9%)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소득세는 2조4,000억원이 감소한 60조7,000억원이, 법인세는 6,000억원 많은 65조8,000억원이 걷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로·자녀 장려금이 확대되면서 소득세 규모가 다소 줄었다”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서 법인세 증가 폭도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 진도율(정부의 1년치 세금 목표율 대비 현재까지 실제로 걷은 금액)은 77.4%로 지난해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진도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세금이 예전보다 원활하게 걷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로 294조8,000억원을 내세웠는데 사실상 달성이 힘들어지면서 2015년 이후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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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줄어들고 있으나 씀씀이는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다. 9월 총지출은 3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원 늘었다. 올해 1~9월 누계로 보면 지출 규모는 38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40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9월 기준 26조5,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통합재정수지는 2005년과 2006년, 2009년, 2013~2015년에도 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나 적자 규모는 199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올해가 가장 컸다.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2월부터 적자로 돌아섰으며 3월 이후로는 동기 누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역시 사상 최대인 57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나라 살림살이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국가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9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694조4,000억원으로 올해 안에 7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세수는 줄어드는데 정부의 무리한 확장적 재정 기조는 계속되면서 나라 살림에 구멍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복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정부의 기조가 유지되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규제 혁신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한편 국가채무 비율을 적절히 통제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재부는 올 들어 재정을 조기 집행한 덕분에 추가로 쓸 여력이 많지 않고 4·4분기에는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수지가 연말에는 정부 전망치로 수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한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 관리재정수지는 42조3,000억원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0월과 11월에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12월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들어올 예정”이라며 “국세 수입이 증가해 재정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면 정부 전망치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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