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로터리] 인사혁신처, 改名을 꿈꾸며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10의 100제곱은 얼마일까. 1뒤에 0이 100개 달리는 이 거대한 숫자의 이름은 ‘구골(googol)’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Google)의 사명(社名)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구골처럼 방대한 정보를 인터넷 세상에 담겠다는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에서 시작해 유튜브를 인수하고, 최근 인공지능(AI)까지 영역을 넓히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름이 조직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2014년 11월19일 ‘인사혁신처’가 출범했다. 오는 19일이면 출범 5주년이 된다. 보통 행정기관 명칭은 업무를 중심으로 중립적으로 지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관명에 ‘혁신’이 붙은 최초의 부처가 탄생한 것이다. 그만큼 공직사회의 근본적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사혁신이 최근에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아니다. 고려·조선 시대에도 개혁 군주로 평가받는 왕들은 새로운 인사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고려 광종은 과거제, 조선 정조는 규장각 등을 도입해 유능한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려는 노력을 했다.


지난 5년의 인사혁신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했던 시간이었다. 먼저 공직윤리를 제고하기 위해 공직자 재산심사 및 퇴직 이후 취업제한을 대폭 강화하고, 성·음주운전·금품·갑질 등 중대 비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확립했다.



또한 공직사회의 전문성과 개방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한 분야 장기 근무를 통해 고수(高手) 공무원을 양성하는 전문직공무원제도 및 고위직의 일정 비율은 민간 인재만 선발하는 경력개방형직위제도를 도입해 확대·운영하고 있다.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범정부 균형인사도 적극 추진했다.

한편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직무 수행 여건을 만들기 위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정, 공무원 연금개혁 및 유연 근무 확대 등 근무혁신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최근에는 공직 문화와 행태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적극행정’ 확산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변화관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코터는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성과를 내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일하는 방식 개선과 체질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그간 다져온 제도적 기반을 토대로 앞으로는 적극행정을 내재화하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졌다면 나는 먼저 4시간은 도끼를 날카롭게 가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5년간 날카롭게 간 도끼로 인사혁신의 나무를 벨 차례다. 나무를 성공적으로 베고 난 다음, 언젠가 기관명에서 ‘혁신’을 떼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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