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성적취향' 차별금지 대상서 빼자는 정치권...인권위원장 "대한민국 인권 위상 추락"

안상수 한국당 의원 대표발의한

인권위법 개정안 내용 강력 비판

"법개정안 인권위 존립 근거 반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국감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성적지향’을 차별 금지 대상에서 빼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최영애(사진) 국가인권위원장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19일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개정법안은 대한민국 인권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국제인권사회의 신뢰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이 차별 금지 대상 목록에서 ‘성적 지향’ 조항을 삭제하도록 해 논란과 반발이 커지자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성적 지향은 개인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인권위의 존립 근거까지 제시하며 이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인권위는 모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고 모든 개인엔 성소수자도 당연히 포함돼있다”며 “그러나 위 개정안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인권위 존립 근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또 성별의 개념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로 못 박은 규정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라고 최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 대법원은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생염색체 등 생물학적 요소에 따라 결정했지만, 근래에 와서는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하며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정안 발의에는 한국당 외에도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우리공화당 등 40여명의 의원들이 서명했다. 개정안에 서명한 이개호·서삼성 민주당 의원은 당내 권리당원 모임인‘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등이 비판을 이어가자 지난 18일 “법안 참여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전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률안)이 편견에 기초하여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고 판단하여 엄중한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권증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함께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발의된 이번 개정법률안은 대한민국 인권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사회의 신뢰에 반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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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률안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사유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고 하여, 이성애가 아닌 성적지향을 가진 자나 성전환자와 같이 실존하는 성소수자를 차별금지의 원칙에서 배제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성적 지향’은 개인의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회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소수자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별’ 역시 그 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대법원 2006. 6. 22.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우리 헌법 제10조 및 제11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고,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모든 개인’에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위 개정법률안은 여성과 남성 이외의 사람(성전환자, 간성 등), 이성애자를 제외한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는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는 인권위 존립 근거에도 반합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이자 인권적 관점에 부합하는 방향인바, 개정안의 내용과 같이 성적 지향을 차별사유에서 제외하거나 성별의 개념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축소하는 입법은 인권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입니다. ‘성적 지향’은 위원회법상의 차별금지 사유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인권위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을 차별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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