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ICT

[사이언스]구리 항균효과, 코로나도 잡을까

구리 표면 코로나 4시간만에 소멸

압출식보다 코팅식 이온 효과 커

엘리베이터에 항균필름 붙여 예방

비싼 가격·항바이러스는 인증 미비

대구시교육청에서 한 이용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건물 내부 승강기 버튼에 부착된 항균필름을 누르고 있다.


항균 효과가 있는 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까. 지난 3월 미국 국립보건원·질병통제예방센터·프린스턴대·UCLA 등 공동 연구팀이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활성이 줄어드는 반감기가 46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어 공기(66분), 스테인리스(5시간38분), 플라스틱(6시간49분) 순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무기로 뿌려 생존력을 측정한 결과 구리 표면에서는 4시간이면 완전히 죽었으나 마분지는 24시간, 스테인리스는 48시간, 플라스틱은 72시간이 지나야 없어졌다.

요즘 아파트나 빌딩·공공기관의 엘리베이터 버튼에 구리가 적용된 항균 필름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리이온을 결합한 마스크, 구리필터가 들어간 공기청정기 등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고대 이집트나 페르시아에서는 구리 그릇에 식수를 담아 보관하거나 상처를 소독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다리궤양 치료에 구리를 쓰기도 했다. 로마인들도 구리를 공중보건과 치료에 활용했다.

앞서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이 2015년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엠바이오’에 실은 논문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나온 바 있다. 물론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uCoV-229E)를 구리·황동·스테인리스스틸 표면에 각각 사람이 뭔가를 만졌을 때 나오는 양만큼 묻혔는데 구리에서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났다. 구리가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려고 하는 이온화 효과로 인해 바이러스 내로 유입돼 처음에 1,000여개에 달하던 바이러스가 3분 정도 지나 거의 전멸한 것이다. 구리와 비슷한 황동에 앉은 바이러스도 5분 뒤 거의 사라졌다. 반면 엘리베이터 버튼 재질인 스테인리스스틸에서는 10분이 지나도 바이러스가 상당히 잔류했다.

압출 방식 항균필름(왼쪽)과 표면 코팅 방식 항균필름(오른쪽)의 단면으로 황색점은 구리 입자 분포를 나타낸다.


이런 구리의 특성을 살려 현재 대부분의 항균 필름 제품은 필름 원소재 성분에 압력을 가해 좁은 간극을 통과시키면서 필름 형태로 뽑아내는 압출 방식으로 만든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구리 입자들이 사람의 손이 닿는 필름 표면뿐 아니라 필름 내부에도 상당 부분 존재해 필름 표면에 구리 입자 밀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때 만약 필름의 표면에 항균 구리 입자 층을 10~30㎛(1㎛는 100만분의1m) 두께로 얇게 코팅하면 사람 손에 닿는 필름 표면의 구리 함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윤의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항균 구리 입자 층은 항균 특성을 갖는 유기 소재와 구리 입자를 잘 배합해야 하는데, 필름 내 구리 입자들이 이온화가 잘되는 쪽이 항바이러스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구리 입자를 감싸는 폴리머 등의 성분이 구리 이온화를 촉진시키도록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기존 압출 방식의 항균 필름은 구리 입자를 감싸는 폴리머 재질이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으로 구리의 이온화가 억제되는 소수성 재질이다. 만약 구리 표면을 코팅 방식으로 하면 구리 이온화 측면에서 유리한 폴리머 재질을 사용할 수 있다. 구리 이온화가 잘 진행되면 구리가 다량 함유된 놋쇠그릇이 녹스는 것처럼 항균 필름도 갈색이나 녹색으로 변할 수 있는데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구리는 가격이 비싸고 쉽게 산화하는데 구리를 쓴 제품이 얼마나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지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 항균 필름의 경우 아직 항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인 윤수영씨는 “손가락 등이 닿는 곳에 구리의 표면 점유율이 높아야 한다”며 “다만 구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멸하기까지 4시간이 걸려 손을 잘 씻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팅식 항균필름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증명해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뷰] 정세영 엔트리움 대표 “항균필름도 마스크처럼 필수품…항바이러스 효과도 높일 것”




“반도체의 전자파 차단 코팅 소재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의 항균 필름에도 구리를 코팅하면 항바이러스 효과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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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팅식 항균 필름을 개발한 정세영(47·사진) 엔트리움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해외시장에서 K방역 신드롬에 맞춰 새로운 개념의 코팅식 항균 필름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에서 재료공학 학·석·박사를 취득한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창업해 반도체에서 전자파를 완벽히 차단하고 열을 빼주는 원천소재기술과 상용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용 코팅 소재에서 전자파를 완벽히 차단해 기기 오작동을 막고 전력소모도 줄이면서 뇌종양 등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업”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도 차단할 수 있는 항균 필름을 기존 압출식이 아닌 코팅식으로 개발했더니 효과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감염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뜻에서 ‘쉴드잇(Shield it)’ 브랜드를 붙인 것도 그만큼 항바이러스 효과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손 접촉 표면에 구리 입자 밀도를 극대화하는 표면 코팅 방식으로 항균 효과는 물론 항바이러스 효과도 거두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버튼은 물론 문 손잡이, 학교·도서관·PC방 등의 책상, 식당의 식탁 등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항균 필름이 마스크처럼 필수품이 됐는데 하루빨리 항바이러스 공인인증기준을 마련해 정확한 데이터를 알리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처럼 풍토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어 항바이러스 기준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코팅 방식은 압출 방식에 비해 공정이 훨씬 많고 원재료도 고가”라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압출식으로 구리 함량과 구리 이온화, 필름 표면 거칠기를 극대화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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