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연합뉴스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올 3분기부터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억 도스 생산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공급한다. 안정성 덕분에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인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서 대량생산하기로 함에 따라 안정적인 국내 백신 도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의 백신 원액을 완제 충전하는 방식이다. 기술이전 및 시험 생산 등을 거쳐 올 3분기부터 수억 도스 분량을 대량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한국의 백신 제조·생산 역량과 미국이 가진 백신 기술 및 원부자재 공급 능력을 결합하면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전 세계 백신 수급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사무국 총괄팀장은 “미국이 정부 차원의 백신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1~3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4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가운데 이번 계약에 해당되는 완제 생산이 가능한 공장은 3만 ℓ 규모의 1공장, 15만 4,000ℓ 규모의 2공장이다. 또 오는 2022년 말부터 가동이 시작되는 25만 6,000ℓ 규모의 4공장에서도 완제 생산이 가능하다. 4공장이 추가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생산 규모는 총 62만 ℓ로 전 세계 위탁 생산 시장 규모의 3분의 1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기반으로 올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백신 수억 회 분량에 대한 바이알(유리병) 무균 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삼성바이로로직스의 위탁 생산 계약으로 한국은 mRNA 백신까지 생산하는 국가로 자리 잡아 국제 생산 기지로 도약하게 됐다. 한국은 주요 코로나19 백신 5개(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얀센) 중 3개의 생산을 담당하게 됐다. 명실공히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미국 노바백스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이외에도 한국코러스와 휴온스가 각각 꾸린 컨소시엄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백신 기업들이 생산 기지로 점찍었던 인도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인도의 ‘세룸인스티튜트오브인디아(SII)’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생산 공장을 가동해 AZ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해왔지만 현재는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일일 확진자가 연일 20만여 명을 넘어가며 자국에 우선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백신 허브로 도약하는데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노바백스 백신은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고, 모더나 백신도 내후년 정도에 기술이전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백신으로 허브의 기반을 잘 다졌다"고 평가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해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 총 8,000만 회분이 국내에서 생산되면서 ‘백신 공급 안전판’을 확보할 여력을 갖춘 것이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을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 형태로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이 국내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공급 물량을 결정해 생산할 수 있어 다른 백신 조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 차관은 “백신 유통의 효율성 측면에서 국내 생산 물량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