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표현을 빌면 괴물의 제작은 항상 내셔널지오그래픽 방식의 접근법으로 시작한다. 우선 악마 같은 형상을 떠올린 후 각 괴물의 속성에 맞춰 세부 디자인을 해 나가는 식이다. "모든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기이하면서도 실제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현실감을 가진 생명체를 창조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두 요소의 균형을 잡으려면 생리학, 진화론, 조각, 컴퓨터 모델링, 3D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한다. 오는 8월 개봉할 토로 감독의 공포영화 '돈 비 어프레이드 오브 더 다크'에 나올 난쟁이 괴물의 제작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토로 감독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버려진 맨션의 벽을 내달리는 25㎝ 크기의 야행성 생물을 원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그 생물의 외관과 움직이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었고 시나리오 작업 직후 그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잡지, 단행본, 문서, 학회지 등을 뒤져 참고자료를 찾아내며 외형을 하나하나 완성해냈다.
난쟁이 괴물의 늘어지고 반투명한 피부는 벌거숭이 두더지쥐에서 영감을 얻었고 구부정한 사지(四肢)[1]는 관절염 때문에 변형된 인간의 사지에서 착안했다. 또한 걸음걸이는 유인원을 모방했으며 진화론에 입각해 어둠 속에서 살아온 난쟁이 괴물이 탁월한 야간시력과 갑작스런 빛에 대한 방호능력을 지녔다는 설정을 더했다.
디자이너들은 또 괴물의 눈을 괄약근 모양으로 해 큰 안구가 튀어나오도록 했고 눈꺼풀은 남성 성기의 포피를 본떴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을 놓고 조각가 마이크 토레스가 점토로 실물 모형을 만들었다. 일부 제작자들은 디자인이 끝나면 곧바로 컴퓨터영상합성(CGI) 작업에 들어가지만 토로 감독은 이런 구식 방법을 선호한다.
살과 뼈, 늘어진 피부조직, 마마 자국이 가득한 생명체의 창조에는 조소(彫塑)가 제격이라는 생각에서다. 다음은 점토 모형을 토대로 우레탄 수지를 이용해 한층 내구성 강한 모형[2]을 제작하게 된다.
바로 이 우레탄 모형을 스캔하여 고해상도 3D 디지털 모델[3]을 만드는 것. 그리고 호주의 CGI 전문기업 일로우라의 전문가들은 토로 감독이 설정한 난쟁이 괴물의 콘셉트를 참조, 디지털 모델에 가상의 골격과 근육을 배치함으로써 은막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탈바꿈시켰다.
이동 방식은 거미, 바퀴벌레 등 빠르게 움직이는 생물을 모델 삼아 재현했다. 마지막으로 일로우라의 기술 감독들이 쉐이더(shader) 기법을 활용, 빛이 괴물의 피부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픽셀단위로 설정해 외관을 다듬었다.
난쟁이 괴물의 경우 솜털과 표피, 정맥 등 여러 겹의 반투명 피부층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상당한 빛 투과효과를 줬다. 이처럼 가상의 난쟁이 생명체가 생명을 얻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