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삼열 국가브랜드위원장 인터뷰

"한국 브랜드 위상 크게 높아져 이젠 준비된 구슬 꿰어야 할 때"

새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임명된 구삼열 씨를 만나 위원회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광범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외교 전문가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사진 이종철 부국장 bellee@hk.co.kr


"국가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
를 찾아내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깎아먹는 부정적인 요소를 줄여야 합니다." 지난 12월 5일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구삼열 위원장은 자신이 가진 생각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냈다.

196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구삼열 위원장은 같은 해 AP 통신사에 동양인 최초로 입사해 유엔 특파원과 유럽특파원(로마 상주)을 역임했다. 199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유엔본부 진흥섭외국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 위상이 높아져 국제기구 진출이 활발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활동을 맹렬하게 펼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구삼열 위원장은 문화외교 전문가로 불려야 마땅한 인물이다. 한때 외교통상부 문화협력대사와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라는 그럴듯한 직함을 달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식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서울고메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고메 조직위원장을 맡아 4년째 책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행정감독으로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을 한데 모아 한국의 연주자와 음악을 세계로 알리고 있다. 구 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그는 포춘코리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기 무섭게 자신이 가진 생각을 쏟아냈다.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고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궁금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3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할 일은 구슬을 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구슬이 두 말 반 정도는 있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우리에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야가 많다. 국가브랜드를 평가하는 국제적인 지수로 안홀트 지수(Anholt Nation brand Index)라는 게 있다.

주로 국가 이미지 측면에서 평가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지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안홀트 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그중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 자기 성적은 자기가 잘알고 있다. '안홀트 지수에서 몇 위를 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런 지수를 보고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슬을 꿰어야 하는 건 즐거운 작업이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가지고 있는 보석을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고 또 무엇을 중심에 올려 놓을지 고민하고 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력이 강하면 감기가 들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약하면 폐렴으로 확산된다.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겠다. 프랑스는 과거 인도차이나와 알제리 등에서 식민통치를 하면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유색 이민자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 프랑스라는 브랜드 명성에 흠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좋은 이미지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런 부정적인 면들은 금방 잊혀지고 상쇄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국가브랜드를 높여 놓지 않으면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설 기회가 적어진다. 궁극적으론 여기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찾아야 한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우리 젊은이들이 전 세계로 진출할 때 핸디캡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급속하게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부족한 부분이나 부정적인 면들은 빨리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울은 이제 코스모폴리탄 도시가 됐다. 한국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위원장이 되기 전 이미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셨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나?

국가브랜드 위원회를 만들 때 창립위원으로 참여했었고, 그동안 문화관광 위원장으로 일해 왔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어려운 점도 꽤 가지고 있다.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는 3년 1개월 동안 서울관광마케팅 사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서울시 관광과 과장이 3번이나 바뀌었다. 부처 간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민관이 잘 합쳐져 운영되고 있다. 민관위원들과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어윤대 위원장 시절에는 국가브랜드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4년여 지난 지금은 국가브랜드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인식이 일반화 되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국가브랜드가 뭐라는 것을 알아야 개선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아주 잘했다고 평가한다. 이배용 전 위원장은 우리 전통 문화가 국가브랜드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든 우리 문화를 바탕에 깔고 사업을 진행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는 선진국들이 하는 만큼 원조를 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GDP의 0.1%가량을 원조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큰소리를 내려면 내는 것도 많아야 한다. 유엔이 인정하는 원조국 출연 금액은 GDP의 0.7%다. 스칸디나비아와 캐나다는 0.7%의 원조금을 내고 있다. 프랑스는 0.6%이다. 영국은 2013년에 0.7%를 원조할 계획이다.

결국 후진국 원조액을 확대하는 것은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광객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도 우리는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살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완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식당이나 시설 면에선 세계 수준이다. 하지만 질서와 인식은 더 변해야 한다. 교통질서도 더 잘 지켜야 한다. 다문화 가정과 서양권을 구분하는 외국인 인식의 방향도 바꿔나가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있나?

다른 나라에선 외국 원조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외교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 제각각 분산되어 있다. 외교부 국장이 '제발 한곳에서 진행하면 안되냐'며 하소연을 한 적도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을 그나마 여기저기 쪼개서 쓰니 원조받는 입장에선 효과가 미미하고 국가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우리는 해외 봉사활동을 통합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해외 봉사를 아주 열심히 한다. 그동안 코이카(KOICA)를 포함해 국내 여러 기관들이 따로따로 해외 봉사활동을 보내던 것을 '월드 프렌즈 코리아'로 통합했다. 결국은 젊은 사람들을 위해, 국제적인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페이스북에선 올 어바웃 코리아, 트위터에선 코리아 브랜드를 통해 국문과 영문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플리커와 유튜브, 국내외 블로그 등 SNS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9월에는 코리아브랜드넷 해외 프로모션도 실시했다. 한국 문화원, 공보관 관련 홈페이지나 SNS에 들어가면 한국 관련 소식 10개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도 검토 중이다. 결국 전체적인 통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브랜드 선진국들에게 목걸이도 있고 팔찌도 있고 귀걸이도 있다면, 우리는 지금 목걸이를 만드는 단계에 있다. 물론 구슬을 꿴 모습에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당장 3개년 계획을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가 무서워 못한다면 앞으로 발전할 수 없게 된다.


지난 11월 15일에 '국가브랜드 정책 거버넌스 효율화 방안' 보고서 발표가 있었다. 발표 내용에 "현재의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형식적인 총괄 역할에 그치고 있어 전체적인 비전이나 방향 제시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방향제시는 하고 있는데 통합이 오히려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직속 위원회가 그렇게 많은 가시적인 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속 위원회는 중요한 정책을 다루고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조용하게 있으면 일안 한다고 보는 문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동안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활동을 한 것 같다.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구슬을 만들 수는 없다. 어떤 것이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구슬일까를 고민해서 선택하고 어떤 목걸이로 만들어 낼지를 결정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몫이다. 다시 말해 통합 이미지를 만드는 노력과 국민의 호응을 받아내는 것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국가브랜드위원회만이 할 수 있는 연구 용역을 준다든지, 정책 세미나를 통해 여론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여러 위원회 가운데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일반인들이 보기에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위원회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브랜드'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너희는 뭐 하는 기관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얼마 전 러시아 고위 대표단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찾았다.

그들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따로 기관을 만들다니 부럽다'고 말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벤치마킹 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국가브랜드 홍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있는가?

'영국'하면 관련된 이미지가 적어도 20개는 떠오른다. 한 국가의 브랜드가 뜨려면 '재미'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 중요하고 심각한 것만 있어선 숨쉴 틈이 없다. 그래서 재밋거리가 있어야 한다. 영국을 생각해 보라. 찰스 왕세자가 도대체 언제 왕이 될 것인지, 또는 안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왕가의 스캔들이 영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면도 있겠지만 이것이 세계인들에겐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영국은 이미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을 치르면서 매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바가지 씌우기에서 호텔 방 잡기까지 매우 사소한 문제도 중요하게 다뤘다. 국가브랜드에 피해를 줄까 우려해 예방 차원에서 미리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예방 차원의 브랜드 강화 노력을 해야 한다. 오해는 쉽게 퍼져나가지만 뒤에 수습하는 건 매우 힘들다. 예컨대 '한국엔 남북 대치 상황이 있지만 그래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줘야한다. 거짓 광고를 해선 안 되겠지만 광우병 사안이 터져나오면 엄청난 예방 광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은 그렇게 했다.


한류가 국가브랜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열어젖히는 효과가 한류에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저 커튼 뒤에는 뭐가 있을까? 한국이 있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좋은 것들이 많이 있는 거다.

최근 한류를 대표하고 있는 싸이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친구들이 '최근 뉴욕 식당에 한국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해온다. 싸이노래 때문에 강남이 서울보다 유명해질 판이다. 서울이 강남 안에 있는 거냐고 물을 정도라고 한다. 리오넬 메시가 절정기에 올랐을 때 세계 사람들이 난리를 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르헨티나의 국격이 오르진 않았다. 싸이의 인기가 올랐다고 우리나라의 국격이 저절로 오르는 건 아니다. 싸이 덕분에 한국을 보려는 '창문' 하나가 더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런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국가브랜드 상승의 도약판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운영될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보인다.

그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우리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설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총리실 산하 국가 이미지 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지냈다. 국가브랜드 위원회는 국가 이미지 위원회를 격상시켜 강화한 조직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인스턴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 아니다. 명칭과 사람은 바뀔 수 있겠지만 그 기능을 없애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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