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카펫 청소기 룸바가 발에 걸려 신발을 몰고 있는 한심한 모습을 본 뒤로 로봇이 근로자를 대체한다는 생각에 대해 회의가 들었습니다.
특히 회사 간부인 필자는 머리 혹은 그걸 어깨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위에 얹혀진 금속 덩어리 앞 부분에 다정한 얼굴이 그려진 기계들의 역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분명 로봇의 공습을 믿는 2명의 MIT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그들은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자동화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겨졌던 전문직 같은 새로운 일자리에 로봇이 몰려들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필자는 합병과 구조조정 그리고 필자의 자리를 없애야 먹고 사는 경영 컨설턴트의 공격뿐만 아니라 로봇으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필자의 일자리를 대신할 로봇이 현재 존재하거나 앞으로 나타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로봇이 강도 높은 압박감 속에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수행할 수 있을까요? 회사 고위 임원의 관심사가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지면, 결국 기존 프로젝트는 수증기처럼 증발되고 말 텐데요. 로봇들이 그럭저럭 해내긴 할 것 같습니다. 좌절감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그들은 저녁 식사 중에 반주를 곁들이지 않고, 소파에서 잠들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집에 갈 필요도 없고요. 좋아요. 인간과 로봇의 첫 대결에선 로봇이 이겼네요.
로봇이 마라톤 회의 동안 졸지 않고 낙서도 하지 않고 망신도 당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로봇이 잘리지 않을 정도로 핵심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지난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들을 적절하게 언급하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그래야 고위 임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이 매우 일관되고 들어줄 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이나 필자와 비해 내용의 정교함이나 태도의 당당함은 떨어질 겁니다.
로봇이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 노련하게 분위기를 밝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하지만 로봇은 어색한 침묵을 깰 많은 농담으로 무장할 수는 있습니다. 인공 두뇌를 가진 로봇의 농담이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상사 비위는 잘 맞출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선 필자가 우위를 점하겠네요. 엘리베이터를 타면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방송이 나오는데 전혀 감흥을 느낄 수 없습니다. 꼬장꼬장한 임원을 보좌하는 일은 여전히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경영 능력은 어떨까요? 승진, 멘토링, 관심 등 부하직원들이 쏟아내는 여러 요구사항을 로봇은 들어줄 수 있을까요? 분명 가능합니다. 솔직히 이런 일들은 필자보다 로봇이 훨씬 더 잘할 겁니다.
로봇이 수다를 떨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하는 로봇은 상상이 잘 안됩니다. 사람들과 소시지 샌드위치를 먹거나, 퇴근 후 동료들과 마티니를 마시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도 없을 겁니다. 물론 귀하가 로봇이 계속 바보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할 순 있겠죠. 술 취한 로봇이 대부분 지인들보다 재미있긴 할겁니다.
열정, 헌신 그리고 충성심은 어떨까요? 로봇이 이런 걸 보여주기나 할까요? 아니요! 하지만 수명이 다한 로봇을 퇴사시키는 것이 훨씬 더 쉽긴 하겠네요. 쓰레기장에 던져 버리면 되잖아요. 밥 포돌스키 Bob Podorsky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는 지난 달까지 노스웨스트 항공사 판매를 책임졌던 사람입니다. 이 점에선 로봇이나 인간이나 똑 같은 처지네요.
첨단기술윤리연구소는 영국 리딩대학의 케빈 워윅 Kevin Warwick 교수가 그의 '팔뚝 정중앙 신경'에 초소형 칩인 브레인 게이트를 이식해 머지않아 전자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대단한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간과 기계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자도 기계와 연결해 주세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정규직으로 일하는 시대로 되돌아갈 때까지는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싶지 않거든요.
※ 포춘 미국판의 유명 칼럼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게재합니다. 유려한 비즈니스 영어 문장 속에서 알찬 경제 정보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