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북한 3차 핵실험, 지진파와 공중음파는 알고 있다

Nuclear Test Detection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최근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차 핵실험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북한의 의도와 실험 위치, 규모 등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과 함께 핵실험 여부를 탐지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수백 ㎞ 이상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핵실험을 어떻게 탐지했다는 걸까.

사전에 예견된 곳이 아닌 의외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핵실험을 단행했을 경우에도 탐지가 가능할까.





지난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즉각 핵실험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측정치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진종합상황실도 핵실험 당일 진앙지와 실험 규모, 시간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수백 ㎞ 밖 의외의 장소에서 예고 없이 비밀리에 진행된 핵실험을 어떻게 이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었을까.

“어? 지진인가?” “아니! 핵실험이다!”

핵실험 탐지에 있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지진파의 관측이다. 지진파는 지각 내의 순수한 응력구조 변화에 기인한 자연 지진뿐만 아니라 핵실험에 의해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핵실험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핵폭발로 발생된 에너지의 극히 일부인 약 1% 이하의 에너지가 탄성에너지로 변해 지진파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 이런 지진파의 전파 속도는 지구 내부의 물성에 좌우되는데 대개 초속 3~7㎞ 정도로 빠르다.

지질연 지진종합상황실은 24시간 지진파에 대한 특이사항을 감지 중에 있다. 지진파가 포착되면 초기 발생 위치와 시간, 자연적 지진인지 인공적 발파에 의한 것인지를 정밀 분석한다. 북한에서 인공 지진파가 발생한 뒤 보통 1분이 지나면 핵실험 여부를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상황실에서 지진파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목적이 오직 북한의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 데이터들은 지각의 구조 규명을 비롯해 지진 재해도 분석, 지진 위험 예측을 위한 연구의 기본 자료로도 활용된다.

어쨌든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돼 있는 지진관측소에서는 핵실험에 의한 지진파의 감지가 가능하다. 북한 3차 핵실험에 의해 발생한 지진파의 초동은 핵실험 순간으로부터 약 44초 후 전방지역 지진관측소에 도달한 뒤 한반도 남부지역까지 순차적으로 관측됐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각 지진관측소에서 탐지한 지진파의 도달시간 정보를 활용, 핵실험 발생위치를 역으로 계산해냈다.

정밀한 진앙지점 파악을 위해 모든 지진 데이터에는 GPS에 기반한 정확한 시간정보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지진파 도달 시간으로 핵실험 발생 위치와 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지구 내부의 속도 구조(velocity structure)를 정확히 모르는 탓에 어느 정도 오차가 존재한다.

북한 핵실험의 경우 세 차례의 지진파 초동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진앙의 상대적 위치를 한층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다. 2차 핵실험 장소는 1차 실험지에서 서쪽 약 2㎞ 지점이었고, 3차는 2차 실험 장소에서 남쪽 약 400m 지점으로 분석됐다.





P파와 S파

이 같은 핵실험 위치 파악에 더해 지진파의 진폭 정보를 바탕으로 핵실험의 크기를 추정할 수도 있다. 이론상 규모 4의 인공 지진파가 1킬로톤(㏏)급 핵실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모 1의 차이가 약 32배의 에너지 차이를 의미하므로 규모 6의 인공 지진파는 1메가톤(Mt)급 핵실험을 뜻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식만으로 핵실험의 크기를 100% 단정 짓는 것은 물의가 있다. 지진파의 규모는 핵실험의 실제 크기와 함께 핵실험 지점의 깊이와 주변 지각의 매질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핵실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설계된 지하 공동(空洞) 내에서 일어난 폭발은 공동의 소음 차단 효과로 인해 지진파가 최대 수십 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있다. 핵실험 장소로 의심받고 있는 지역에서 우연히 자연적인 지진이 발생한다면 이를 핵실험이 아니라고 정확히 간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당연히 가능하다. 지진파가 핵폭발에 의한 것인지 자연적 지진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지진학적 식별 연구를 통해서다.


과학적 관점에서 자연 지진파과 인공 지진파는 분명한 차이가 확인된다. 우선 지각변동에 따른 자연 지진은 압축력과 팽창력, 즉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모두 생성되지만 핵실험 같은 인공지진은 대부분 압축력만이 발생한다. 또한 자연 지진은 지각에 축적된 에너지가 단층운동을 통해 방출되는 것이어서 진폭이 큰 S파가 초동으로 관측되는 반면 핵실험 지진파는 에너지 방출시간이 짧아 S파보다 P파가 우세하다.

관련기사



이처럼 P파와 S파의 진폭 비교가 자연지진과 핵폭발의 식별에 이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기술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도 이 방법으로 인공지진임이 확인됐다.

단지 아직은 핵실험과 같은 큰 규모의 지진파는 그 파형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체를 파악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지진파라면 현실적으로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의 구분이 쉽지 않다. 지진파의 에너지는 지구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통과하는 동안 반사, 굴절, 산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쇠하기 때문에 미세한 지진파만으로 명확한 정보 해석이 어렵다. 그래서 현재 지진학자들은 미세한 지진파의 식별 능력 제고를 목표로 관측장비의 성능 향상과 새로운 식별 기술 개발에 다각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진파 + 공중음파 = 인공지진

지하 핵실험은 땅속이 아닌 대기의 변화를 통해서도 감지된다. 폭발에너지의 일부가 땅속에서 지진파를 발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서는 압력 변화, 다시 말해 음파를 일으킨다. 구체적으로 대기권을 따라 전파되는 20㎐ 이하의 저주파수인 ‘공중음파(infrasound)’가 관측된다.

가청주파수 대역 이하의 불가청음(不可聽音)에 속하는 공중음파는 저주파수의 특성상 전파 과정에서 에너지의 감쇠가 작다. 그로 인해 아주 먼 거리까지 전파된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폭발, 1908년 시베리아 운석 폭발, 그리고 올 2월 일어난 러시아 유성우 폭발 등 대형 자연재해 당시 발생한 공중음파가 전 세계의 기압계에 관측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북한의 2차, 3차 핵실험 때도 강원도 간성 등에 위치한 국내 공중음파 관측소에서 공중음파 신호가 탐지됐다. 지하 수백m 깊이에서의 핵폭발로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가 지표에 도달해 대기압을 변동시켰고, 이 압력변화가 대기를 매개체로 삼아 음파의 형태로 전파된 것이다. 공중음파의 경우 북한에서의 핵실험 후 15~20분 정도면 확인이 이뤄진다.

특히 지진파의 진앙지와 공중음파 발원지가 동일하다면 이는 지진파의 원인이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임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가 된다. 지표 근처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광산 발파나 핵실험은 공중음파를 만들어내지만 지하 수 ㎞ 이상의 깊이에서 발생한 중소 규모의 자연 지진은 지진파를 생성시킬 뿐 대기 중으로 음파 에너지를 방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격렬한 지반 운동을 촉발하는 대형 자연 지진의 경우 종종 공중음파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런 공중음파는 지속 시간이 길고, 신호가 매우 복잡해 핵실험의 그것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동북아 핵실험 탐지의 거점

핵실험으로 국한하자면 지진파와 공중음파는 발생 원인은 같지만 지각과 대기라는 서로 다른 매질로 전파되는 탄성파의 하나다. 매질이 다른 만큼 기본적인 특성은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 핵실험 직후 국내 지진관측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지진파는 지각과 맨틀의 경계인 모호 불연속면을 따라 굴절돼 전파된 Pn파다. 참고로 한반도의 모호 불연속면 깊이는 지표로부터 약 30㎞다.

공중음파 역시 대기를 통해 Pn파와 유사한 전파 형태를 갖는다. 핵실험 지점에서 발생한 공중음파가 지표 근처의 대기층을 따라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지상 40~50㎞ 고도의 성층권까지 상승한 뒤 굴절돼 지상 관측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결국 지진파와 공중음파는 지표면을 기준으로 지구 내부와 대기권에 형성된 각각의 전파통로를 따라 전파되는 셈이다. 전파 속도에는 차이가 있어 지진파가 먼저 탐지되고, 공중음파 신호가 도달한다.

지난 1996년 유엔총회에서는 지하 핵실험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채택됐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비밀 핵실험을 감시할 감시기술을 개발하고, 국제적 감시체계를 운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감시기술은 앞서 설명한 지진파, 공중음파와 함께 수중음파, 방사성 핵종 탐지 기술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국제감시체계는 전 세계에 위치한 321개 관측소로 구성된다. 강원도 원주의 한국지진관측소(KSRS)도 그 일원이다. 현재 KSRS는 CTBT에 의해 국가자료센터(NDC)로 지정한 지질연에 의해 전문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는데 국제감시체계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리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핵실험 탐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진학에는 수사 지진학이라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경한 학문가 있다. 지진학에 기초해 비밀 핵실험 등 원거리 폭발 현상의 증거를 탐지·분석하는 분야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핵실험 탐지에는 공중음파 관측 기술이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지진관측소와 공중음파관측소가 통합 운영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수사 지진학보다 확장된 의미의 수사 지구물리학이 적절한 용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만일 앞으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자행한다면 24시간 실시간 가동되고 있는 국내 지진-공중음파 관측소에서 약 1분 이내에 첫 지진파를, 20분 이내에 공중음파 신호를 탐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보를 지구물리학적으로 통합분석하여 핵실험 여부는 물론 그 시간과 위치, 크기 등이 신속히 평가될 것이다.

탄성에너지 (elastic energy) 탄성체에 외력이 가해져 변형이 일어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생기는데 이렇게 탄성체에 축적된 에너지를 뜻한다.
초동 (初動) 특정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큰 진동에 앞서 나타나는 작은 진동.
S파 (secondary wave) 지진파의 하나. 위아래로 움직이는 파장을 갖고 있으며 전파속도가 초속 4㎞ 정도로 초속 7㎞인 P파(primary wave)보다 느리다. P파는 지진파와 동일한 방향으로 진동한다.
Pn파 맨틀 상부에서 굴절돼 지표면에 이르는 P파 지진파의 일종. 지각을 따라 전달되는 Pg파와 구분되며 진앙거리 100~200㎞ 이상에서 가장 먼저 도달한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