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SIGHTS] 해서는 안 될 말이지만, 미국은 또 다른 금융 위기가 필요하다

by Allan Sloan 포춘 칼럼니스트


거의 100년 전, 우드로 윌스 Woodrow Wilson 정부 때 부통령을 역임했던 토마스 마셜 Thomas Marshall은 상원의원들이 국정 과제에 대해 가타부타 참견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훗날 ‘불후의 명언’이 된 몇 마디를 던졌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5센트짜리 좋은 시가다.” 오늘날 일주일 내내 취미처럼 정치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필자도 마셜의 1917년 발언을 살짝 바꿔서 인용하고자 한다: “이 나라가 단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5번의 좋은 금융 위기다.”

주변을 둘러봐라.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만이 그나마 경제를 살리려고 꾸준히 노력해왔다. 물론 일부 잘못된 조치들도 있었다.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취한 진정한 변화의 노력은 두려움 때문에 이뤄졌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Relief Program)은 금융 시장의 신뢰와 안정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하원이 2008년 9월 28일 이 프로그램을 부결시켜 다우지수가 778포인트 폭락했다. 주가 폭락에 놀란 하원이 부랴부랴 결정을 뒤집어 우여곡절 끝에 이 안은 통과됐다.

시퀘스터-경제적으로 아주 멍청한 조치다-시행 후 변한 것이라곤 미국연방항공국(FAA)의 예산뿐이다. 항공 지연이 심해지자 겁먹은 정치인들이 FAA 예산 삭감을 시퀘스터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명심할 점은, 시퀘스터가 2011년 국가 채무한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다. 그 피해가 너무 막대하고 바보 같은 결과만 낳을 뿐이어서, 정치인들이 필사적으로 시퀘스터를 막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총 3차례의 국가 채무한도 드라마를 지켜봐왔다. 2011년 여름과 2012년 말 벌어진 2차례 드라마에서는 공화당이 주연을 맡았다. 미국의 금융 신뢰도를 추락시켰고,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었다. 왜 공화당이 이번 3번째를 나름 일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필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과거 지지했던 공화당이 그 이전에 지지했던 민주당보다 국가적 위기에 대해 더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그다지 잘한 일은 없다.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예산 적자를 예로 들어보자. 승리를 외치는 민주당은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Medicare, 메디케이드 Medicaid가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삭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립적인 국회 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최근 분석 자료를 보면, 장기적으로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산 적자 감소의 일부 원인은 올해부터 실행된 고소득세율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덕도 일부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올해 거둬들인 소득세 총액 같은 일회성 이벤트 때문이다. 소득세 총액 증가는 기업들이 일부 2013년 배당금과 보너스를 작년에 정산하면서 1월 세금 인상을 피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다른 원인은 예상보다 낮은 국채 금리 수준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독설이 오간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필자는 우리 정치 리더들이 함께 모여서 진솔한 대화를 갖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피 냄새를 맡은 민주당은 공화당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 벵가지 Benghazi 사태 *역주: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일어난 미 영사관이 피습사건. 오바마 정부가 대선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의 차별적인 세무조사 사건, 그리고 언론사 도청 사건에서 피 냄새를 맡은 공화당이 노골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필자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말할 것이다.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택 가격이 회복되고, 기업 이익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좋은 상황에서 또 다른 위기가 나타날 수 있을까

우선 2008년과 2009년에 목격했듯이, 금세 말라버릴 수 있는 단기 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대마불사 은행들이 여전히 있다. 포춘 동료인 실라 베어 Sheila Bair를 포함해 일부 사람들은 정부가 이 문제에 대처할 방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 채무한도 문제는 9월까지 아마도 아무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 또한 핵폭탄급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 벼랑 끝에서 떨어지면,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금융 패닉을 일으킬 수 있다.

필자는 금융 위기를 보고 싶지 않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멍청하지 않아서 또 다른 위기가 닥치기 전에 분발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큰 기대는 안 한다. 그들이나 우리 모두에게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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