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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항공기 X-51A 웨이브라이더

HYPERSONIC FLIGHTERA

[SPECIFICATION]
길이: 7.62m
중량: 1,814㎏
최대 시속: 마하 5.1(6,200㎞) 이상
항속거리: 740㎞
순항고도: 2만1,300m




지난 5월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극초음속 시험기 X-51A 프로그램의 4번째이자 마지막 시험비행이 종료됐다. 항공 역사상 최장 기간의 스크램제트 엔진 가동기록을 남기며 마무리된 이 프로그램은 과연 무엇을 남겼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유인 비행에 성공한 지 벌써 110년이 지났다. 최초의 실용 제트여객기인 ‘코멧(Comet)’이 첫 비행을 한 것도 64년 전이다. 하지만 속도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항공여행의 발전은 의외로 지지부진하다. 구 소련의 Tu-144나 영국과 프랑스 합작품인 콩코드 같은 극소수의 초음속 여객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여객기나 수송기들은 순항속도가 마하 1을 넘지 않는 아음속을 유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륙간 비행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미주 지역이나 유럽 국가로 이동하려면 10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해외 여행객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참아줄 수 있겠지만 사업가나 유명 운동선수, 연예인 등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아깝기 그지없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확실한 비행시간 단축이 담보된다면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해당 항공기를 선택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실제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콩코드 여객기의 대서양 횡단노선 편도 요금은 9,000~1만 달러 정도로 매우 비쌌지만 퇴역이 이뤄질 때까지 이용객이 꾸준히 존재했다. 그리고 사람 이외에도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화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음속 항공기는 군사적 관점에서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미국처럼 세계 각지에 군대를 파병하는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시간이 임무의 성패를 좌우하는 군사작전에서 병력투입에 10시간 이상 걸린다면 자칫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빠른 속도만을 원한다면 로켓이 가장 좋다. 현 기술로도 최대 마하 25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로켓은 중량 1파운드(454g) 당 발사비용이 1만 달러에 달하며, 화물 1㎏을 실을 때마다 약 10㎏의 연료를 더 실어야 하는 화물중량 대비 연료중량 비율이 극단적으로 나쁜 운송수단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만 해도 자체 중량은 약 75톤에 불과하지만 100톤 이상의 액체수소와 600톤 이상의 액체산소를 연료 및 산화제로 실어야 한다. 그나마도 로켓은 사실상 재사용이 불가능한 1회용이다.





램제트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

이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항공우주 선진국들이 어디든 신속 정확하게 대량의 인원과 물자를 실어 보낼 수 있고, 국방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는 극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개발초기 이들은 극명한 기술적 한계와 맞닥뜨렸다. 기존의 제트엔진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극초음속 비행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트 엔진은 흡입한 공기를 터빈으로 압축한 후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구조인데 유입되는 공기의 속도가 마하 3을 넘어가면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 엄청난 온도의 마찰열이 발생, 터빈이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상 높은 비행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터빈이 없는 엔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램제트(ram jet) 엔진과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한 스크램제트(Scram jet) 엔진이다.

램제트 엔진은 터빈 같은 별도의 기계적 압축장치 없이 초음속으로 유입되는 공기를 연소실로 밀어 넣고 공기 흡입구 내부에서 발생되는 충격파를 이용해 압축한 뒤 점화시키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배기구가 수축확산 노즐로 되어 있어 아음속에서 점화가 이뤄졌더라도 초음속으로의 가속이 가능하다.
이런 램제트 엔진은 마하 3에서부터 5까지의 초음속 영역에 제일 적합하다. 냉각기술의 한계로 인해 그 이상의 속도, 다시 말해 극초음속에 진입하면 엔진 내부의 공기온도가 너무 높아져 항공기가 공중 분해될 우려가 크다.

또한 램제트 엔진은 공기 압축장치가 없는 탓에 항공기가 정지해 있을 때는 구동시킬 수 없다. 일정한 속도까지 항공기를 가속시켜줄 보조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반면 스크램제트 엔진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보조엔진이 필요한 것은 램제트 엔진과 동일하지만 아음속이 아닌 초음속의 속도로 공기가 유입돼야만 시동이 걸린다. 램제트 엔진의 경우 공기 분산기(diffuser)라는 장비를 통해 초음속의 공기 속도를 아음속으로 낮추는데 스크램제트 엔진은 그럴 필요 없이 초음속으로 이동해 높은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는 공기에 곧바로 연료를 분사, 점화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기의 속도를 마하 5 이상으로 가속시킬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마하 15 이상도 거뜬하다.

단지 이는 기술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스크램제트 엔진의 개념을 실제화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연료와 혼합된 공기를 점화시키는 부분이 최대 난제로 꼽힌다. 초음속의 속도로 지나가는 기체에 불을 붙이는 것은 허리케인 속에서 성냥을 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행을 위해서는 단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점화가 이뤄져야 한다.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무지막지한 열을 견뎌낼 소재와 최적의 냉각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미국을 비롯해 10여개국이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에 매달렸음에도 여전히 실용적 수준의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이러한 요인에 기인한다. 그런 가운데 홀연히 등장한 프로젝트가 ‘X-51A 프로그램’이다.



X-51A의 무한도전


X-51A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험기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를 제작해 극초음속 엔진 및 항공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 미 공군연구소(AFRL)가 주관하고, 혁신연구로 유명한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자금을 댔다. 그리고 시험기는 보잉에서, 엔진은 프랫 앤 휘트니 로켓다인이 각각 제작을 맡았다. NASA도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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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1A의 기원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FRL은 극초음속 추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AFRL은 이를 위해 탄화수소연료를 사용하는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을 프랫 앤 휘트니에 의뢰했고, 이 회사는 ‘SJX61’을 그 대답으로 내놓았다.

원래 이 엔진은 현재는 취소된 NASA의 X-43 극초음속 시험기 프로젝트에 제안된 것이었지만 2003년 하반기 AFRL의 스크램제트 엔진 시연에 활용됐고, 2005년 9월 보잉에서 제작한 X-51A 시험기에 정식 탑재됐다.

X-51A의 비행실험은 B-52 폭격기의 날개에 부착한 채 고도 15㎞로 올라가 태평양 상공에서 발사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보조엔진에 의해 초음속으로 가속된 뒤에야 구동되는 스크램제트 엔진의 특성상 발사 직후에는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MGM-140 에이태킴스(ATACMS)에 쓰인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에 의해 마하 4.5까지 가속된다. 이후 부스터를 분리하고 SJY61 엔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마하 6까지 가속하게 된다. 연료는 JP-7 제트유 120㎏이 사용됐고, 연료를 모두 소진한 X-51A는 추락해 파괴된다.

AFRL은 마하 4에서 시작해 마하 6까지 단계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며 극초음속 비행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형태로 비행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윽고 X-51A의 엔진과 동체에 대한 지상시험을 거쳐 2009년 4회의 시험비행이 기획됐고, 그해 12월 B-52에 매달려 최초의 탑재비행 시험을 수행했다. 2010년에도 동일한 시험이 수차례 진행됐다.



마하 5.1 속도로 자력비행

X-51A가 처음 자체 동력비행을 한 것은 2010년 5월 26일이다. 200초 이상 지속된 이날 비행에서 X-51A는 마하 5의 속도와 비행고도 2만 1,000m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예정됐던 300초 동안의 비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총 200여초의 비행시간 중 약 140초의 동력을 스크램제트 엔진이 제공했다.

지난 2004년 X-51A와 동일한 SJX61 스크램제트 엔진을 품은 NASA의 X-43 시험기가 마하 9.8에 도달한 적이 있지만 당시의 엔진 작동시간은 단 12초에 불과했다. 이것이 그때까지의 최장 스크램제트 엔진 작동시간이었음을 감안하면 X-51A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시험비행은 1년여 뒤인 2011년 6월 13일에 실시됐으나 마하 5까지 가속된 이후 에틸렌에서 JP-7로의 연료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났다. 다시 1년이 지나 2012년 8월 14일의 3차 비행에서 또한 마하 5의 속도와 300초의 비행시간 도달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1단계 엔진인 로켓 부스터가 분리된 후 제어불능 상태가 빠져 태평양에 추락해버렸기 때문이다. 동체 상부 우측의 공기역학 안정판이 풀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4차 비행뿐.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5월 1일 시험비행에 나선 X-51A는 처음으로 완벽한 성공을 기록했다. B-52H 폭격기에서 분리된 X-51A는 부스터의 힘으로 마하 4.8로 가속됐고, 스크램제트 엔진이 재차 마하 5.1까지 가속해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240초간 자력비행한 후 태평양에 추락했다. 공기흡입식 항공기로는 역대 최장 극초음속 비행이었다.

AFRL은 4차 시험비행을 통해 향후 전개될 상용 극초음속 항공기 개발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 X-51A 프로그램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2020년 초음속 미사일 양산

10년여 동안 3억 달러가 투자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4번의 시험비행을 위해 4대의 X-51A가 제작됐다. 원하던 성과를 모두 거둔 것은 한번뿐이지만 스크램제트 엔진 최장 가동 기록 등 소귀의 성과가 도출됐다.

엔진 가동시간이 최소 100초 이상이면 자력으로 이·착륙이 가능하고, 조종사나 화물을 실은 채 실험비행을 나설 스크램 제트기를 제작할 수 있기에 240초의 기록은 상용 극초음속 항공기 시대를 열어젖힐 첫 단추가 꿰어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한 X-51A는 탄화수소 연료, 구체적으로 과거 SR-71 블랙버드에도 사용됐던 JP-7를 연료로 사용한 유일한 스크램 제트기다. X-51A의 성공은 스크램제트 엔진이 기존의 항공연료 인프라에서도 무리 없이 운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JX61 등의 스크램제트 엔진을 채용한 극초음속 비행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될 분야로 군용 순항미사일을 지목한다. 로켓과 달리 스크램제트 엔진은 산화제를 싣고 다닐 필요 없이 공기 중의 산소를 산화재로 사용하는 만큼 동체 크기가 작아도 화물중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X-51A 크기의 스크램제트 미사일이라면 발사 후 단 10~12분 만에 900~1,100㎞ 밖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으며, 무지막지한 속도 덕분에 적 방공망은 완벽히 무력화된다. 설령 레이더로 탐지를 하더라도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이르면 2020년경 스크램제트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면서 대량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앞으로도 많을 것이지만 일단 기술이 성숙돼 성공리에 군사용도로 적용되고 나면, 민간용으로의 확대는 시간문제다. 전 세계 어디나 4시간 만에 날아가는 여객기가 꿈이 아닌 현실의 영역으로 다가올 수 있다.



ANOTHER 극초음속 프로젝트

독일
독일 연구협회(DFG)가 1095 연구기구를 통해 스크램제트 추진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공식 프로젝트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크램제트 시험기의 공기열역학적 설계 및 개발을 지향한다. 극초음속 추진에 필요한 연료 혼합 및 연소 기술, 공기역학 효과, 소재공학, 시스템 설계 등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슈투트가르트대학, 뮌헨공과대학, RWTH 아헨대학, 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 등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1991년 11월 세계 최초의 비행가능 스크램제트 항공기 ‘GLL 홀로드(GLL Holod)’를 비행시켰으나 한 달 뒤에 소련 연방이 붕괴되면서 후속연구에 차질을 빚었다. 이를 틈타 미국 과학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스크램제트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러시아 과학자들과 협력했고, 1998년 SA-5 미사일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달아 마하 6.5의 속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 의하면 러시아군이 마하 10~15급 극
초음속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테스트한 적도 있다고 한다.

브라질
브라질도 2006년부터 14-X라는 이름의 극초음속 스크램제트 엔진 시험기를 연구 중이다. 공군 산하 첨단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14-X는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며, 올해 중 첫 시험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2005년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산하비크람 사라브라이 우주센터(VSSC)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을 개발, 지상시험을 실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기가 마하 6의 속도로 7초간 유입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초음속 연소를 보여줬다고 한다. 또 2008년에는 엔진 전체가 RH-560 2단 로켓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 비행시험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는 지구저궤도에 1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무인 스크램제트 우주선 ‘아바타(AVATAR)’를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처녀비행이 예정돼 있다. 또 2017년경 ‘브라모스-2(BrahMos-2)’로 명명된 스크램제트 추진 순항미사일도 실험할 계획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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