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위 브랜드 마케팅 각개 전투, 유통 그룹 전체 인지도 높인다

FEATURE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⑥ 롯데쇼핑

대부분의 기업들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브랜딩 전략을 사용한다. 지주사로 대변되는 대표기업이 전체 하위 브랜드에 일관된 브랜딩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정반대의 바텀업(bottom-up) 브랜딩 전략을 사용한다. 하위 브랜드들의 각개전투식 브랜딩 전략이 롯데쇼핑 전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통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국내 No.1 전자유통업체인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명실공
히 국내 톱 유통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쇼핑의 이 같은 성공은 각 하위 브랜드들의 맞춤형 시장 전략에 기인한다. 지주사의 통합되고 일관된 브랜드전략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지만, 롯데쇼핑은 각 하위 브랜드별 각개전략이 더 효과를 내고 있다.

타깃이 되는 소비자층의 특성에 따라 하위브랜드들의 성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방식의 바텀업 브랜딩 전략으로 포춘코리아와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가 공동 발표하는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BKB) 2012’ 18위에 오르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롯데쇼핑의 하위 브랜드 중 최근 가장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롯데마트다. 1998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강변역점을 처음 개점한 이후 2013년 현재까지 총247개 점포를 출점했다. 국내 유통업체 중 점포 수 1위다. 롯데마트의 성장이 특히 더 눈에 띄는 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 수만 하더라도 해외점포 수가 국내점포 수를 35% 이상 추월한 상태다. 현재 해외점포 수가 143개, 국내점포 수가 104개이다. 해외 점포 수는 국내 유통업체 가운에 해외 점포 수 최대이다. ‘아시아 1위 유통업체’라는 목표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롯데마트라는 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 전략’의 병행으로 요악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 점포의 모든 점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지 직원이야말로 현지 고객의 성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현지인 점장은 롯데마트 현지화 전략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롯데마트의 리브랜딩 전략도 현지화의 핵심 요소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롯데마트의 닭고기 매장 조리대는 한국 대형마트와는 달리 고객에게 오픈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도축날짜와는 별개로 직접 눈앞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식 판매 관행에 따라 진열 방법도 포장 없이 제품만 올려놓는 벌크식을 따르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라는 장점을 살려 각국의 유통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각 매장에는 한국 상품 코너가 마련돼 국내 인기 상품들을 따로 판매한다. 아동 동반 쇼핑객을 고려해 어린이방을 갖추고 유아용품만을 따로 모아 유아존을 구성해 놓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선 익숙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너들이다.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다. 롯데마트의 국내 브랜딩 전략 성공은 ‘통큰’이라는 이슈 브랜드의 제공이 큰 역할을 했다. 근래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라 한다면 단연 ‘통큰’ 브랜드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아이템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넘어서는 유통업계 이슈가 없을 정도로 통큰 브랜드는 화제의 중심이었다. 통큰 시리즈는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상품 브랜드로 당시 서민 생활 안정이라는 이슈와 잘 맞아떨어졌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 통큰치킨 등 일부 품목은 프랜차이즈점 등과 마찰을 빚을 정도였다. 이들 업체와의 분쟁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통큰 시리즈에 대한 홍보효과도 배가 되었다. 통큰 시리즈의 브랜드 인지도는 한때 롯데마트 자체를 넘어설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롯데 쇼핑의 하위 브랜드 중에는 롯데마트와 함께 해당 업계 1위에 올라 있는 롯데슈퍼도 있다. 2001년 서울 동대문에 첫 점포를 오픈한 롯데슈퍼는 현재 전국에 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넘버원 슈퍼마켓 브랜드로 이름을 빛내고 있다. 롯데슈퍼는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운영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이용하기 쉬운 유통 브랜드’라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무료배달 서비스다. 롯데슈퍼는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달을 해주는 업계 유일의 서비스를 8년째 제공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전화 주문과 인터넷 주문 시스템도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롯데슈퍼앱까지 출시해 ‘가장 이용하기 쉬운 유통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한 상품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곳’이란 이미지도 굳혀가고 있다. 근교 산지형 점포 확대와 축산물 가공센터의 운영으로 저렴한 가격과 신선도 유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기 때문이다. 근교산지형 점포는 각 점포 인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별도의 유통과정 없이 곧바로 매장에 입고해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는 물론 중간 유통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롯데슈퍼는 슈퍼마켓 업계에선 유일하게 축산물 가공센터도 운영 중이다. 축산물가공센터가 원육을 직접 매입해 소분·가공·포장 등의 상품화 공정을 직접 처리한다. 원육 매입부터 매장 입고까지 일괄처리 함으로써 유통기간 단축은 물론 운송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롯데쇼핑의 하위 브랜드 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로 따지면 롯데백화점이 롯데쇼핑 그룹 내에서 단연 1등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내 수침체를 극복하고자 전사적 차원의 브랜드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고가 상품 판매처’ 이미지가 강한
백화점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가 혹은 명품 이미지를 버릴 수도 없다. 백화점이라는 업종 정체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젊고 패션에 강한 백화점 브랜드’라는 모토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젊은 백화점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실체화하기 위해 본점에 영플라자를 신설했다. 영플라자는 기존의 영패션 코너와 차별화된 코너다. 그동안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이고, 신진디자이너 편집매장 등도 설치해 소비자층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3월 오픈한 엘롯데 elLOTTE도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전략의 하나이다. 엘롯데는 젊은 인터넷쇼핑족들을 겨냥해 론칭한 프리미엄 온라인 쇼핑몰이다. 최근에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들이들을 위해 2030층을 타깃으로 한 바이에토르 BY ETTOL를 론칭했다. 바이에토르는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매장이다. 이런 다양한 시도는 롯데백화점의 ‘젊고 패션에 강한 백화점’ 브랜딩 전략에 부합한다. 젊은 이미지 구축으로 미래의 잠재 고객인 10~20대 젊은 층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여 미래 수익 증대를 꾀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불황 중에도 롯데백화점을 성장 가능한 백화점 브랜드로 거듭나게 해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젊은 매장 이미지 만들기가 불황형 소비의 소극적인 대응에 속한다면, 아울렛 사업은 좀 더 적극적으로 브랜딩 대응을 하고 있다. 이른바 롯데쇼핑의 포트폴리오 브랜드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합리적 쇼핑 시대에 맞는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근 아울렛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중심이 되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아울렛은 총 7개로, 올 하반기에 충남 부여와 경기도 이천에 2곳의 교외형 아울렛을 추가 출점할 예정이다.

2012년은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사업이 호황을 이룬 한 해였다. 이용 고객과 매출 건수가 급증했고, 아울렛 총 매출액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롯데백화점이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이룬 결과다. 롯데아울렛은 위치한 지역에 따라 도심형과 교외형으로 나눠 투트랙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운용하고 있다. 교외형으론 2011년 12월에 문을 연 파주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고객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지도가 상당해 한국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파주점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아울렛 본연의 특성 외에도 아울렛의 문화센터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아울렛 파주점은 판매시설 위주 구성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아울렛 내에 시네마, 문화센터, 문화홀, 갤러리, 키즈카페 등 고객편의 시설을 도입했다. 이들 문화시설에 출판단지라는 파주시 관광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파주 아울렛은 가족 동반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쇼핑공간을 넘어 문화와 쇼핑, 관광을 한자리에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도시형 아울렛은 이와는 조금 다른 콘셉트를 갖고 있다.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춘 효율적인 운영을 지향한다. 5,000평 남짓의 크지 않은 매장에 백화점에서나 거래되는 A급 수준의 브랜드만 입점시켜 30~70%정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할인점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한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도심형 아울렛과 교외형 아울렛은 아울렛이
란 이름은 같지만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에선 합리적인 소비와 프리미엄 소비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이 외에도 롯데쇼핑의 여러 하위 브랜드들은 그들 각자의 영역에서 맞춤형 브랜딩 전략으로 전체 롯데쇼핑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하고 있다. 주된 타깃층에 맞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가 벌이고 있는 유효적절한 브랜드 전략이 롯데쇼핑이라는 전체 브랜드의 성장엔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 경기 침체,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등 유통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각개전략식 바텀업 브랜딩 전략이 동종업계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2012년은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사업이 호황을 이룬 한 해였다. 이용 고객과 매출 건수가 급증했고, 아울렛 총 매출액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