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한 메모앱 에버노트가 ‘제4회 에버노트 콘퍼런스’에서 스마트 워커를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발표했다. 포춘코리아가 에버노트 창업자 필 리빈 CEO를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만나 3가지 혁신 키워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샌프란시스코=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지난 10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센터에서 열린 ‘제4회 에버노트 콘퍼런스(이하 EC4)’ 현장. 필 리빈 에버노트 CEO가 첫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스크린에 숫자 ‘100,000,000’이 나타나자 그가 외쳤다. “에버노트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습니다!” 이후 그는 에버노트 마켓 판매금액이 연 1,200만 달러(약 130억 원)에 이르고 있다는 말로 본격적인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EC4를 통해 에버노트는 세 가지 혁신을 선보인다 . 콘텍스트 Context 와 워크챗 Work Chat, 스캐너블 Scannable이 그것이다 .
EC4 둘째 날 , 필 리빈 CEO를 만나 에버노트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그는 늘 에버노트 티셔츠와 자켓을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날 역시 새로 발표한 스캐너블 앱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 옷 고르는 시간을 아껴 다른 데 활용합니다 . 이제 이런 옷차림이 나름의 스타일이 됐죠. 에버노트마켓에서 판매하는 양말도 왼쪽, 오른쪽 색상 구분을 없애 디자인했습니다. 이 모든 건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거라 할 수 있죠.”
그는 이어 세 가지 혁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콘텍스트. 이는 사용자가 문서를 작성할 때 관련 있는 노트 자료를 자동으로 검색해 보여주는 기존의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 기능이다. 예전에는 본인의 노트 자료와 동료의 노트 자료( 사용자들이 서로 허용한 범위 내 자료)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내 보여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콘텍스트라 명명한 이번 서비스에선 링크드인, 다우존스 등과 손을 잡고 ‘자료 검색기능’을 강화했다. 링크드인과의 제휴를 통해 노트에서 언급하는 관련 인물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전문 자료와 미디어 소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우존스(월스트리트 저널과 온라인 아카이브 서비스인 팩티바를 소유한 글로벌 경제 콘텐츠 공급 업체)와 제휴를 맺는 등 에버노트를 벗어나지 않고도 충분히 자료검색을 할 수 있도록 보다 파워풀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필 리빈은 이에 대해 “사용자들이 검색하기 전 그에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서비스는 에버노트 사용자가 확실한 스마트 워커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워커를 위한 두 번째 기능은 워크챗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공유하는 업무용 채팅창이다. 노트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음으로써 사용자 간 소통 기능을 강화한다. 향후 독립적인 메신저 앱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필 리빈은 이렇게 말했다. “기능별로 분리해서 사용하는 건 옛날 사고 방식입니다 . 지금은 통합이 필요한 시대죠 . 그래서 업무에 필요한 주요 기능인 쓰기(write), 수집하기(collect), 찾아내기(find), 발표하기(present) 등을 에버노트 안에 담은 것입니다 . 메신저는 이런 에버노트 기능들이 업무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여러 창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그는 “훌륭한 메신저 앱들이 많은데 굳이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 리빈 CEO가 발표한 세 번째 혁신은 ‘스캐너블’ 앱이다. 앱을 활성화시켜 종이, 명함, 영수증을 촬영하면 새로운 메모로 저장돼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이 앱은 기존의 유사 앱과 비교해 정확성과 신속성이 월등해 EC4 당일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에버노트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혁신 외에도 업무를 위한 몇 가지 업데이트를 선보였다. 그중 시간 조절(preset) 기능은 레이아웃을 편집할 수 있게 한 것. 에버노트에서 작성한 노트를 사용자 의도대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또 에버노트웹 사용자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에버노트 로고 등 불필요한 UI를 자동으로 사라지게 했다. 이러한 서비스 업데이트들은 모두 사용자가 업무를 에버노트라는 한 공간에서 시작해 마무리까지 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을 통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에버노트는 콘텍스트 서비스는 10월 말, 워크챗은 올해 내, 스캐너블 앱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론칭을 완료할 계획이다.
EC4에선 필 리빈의 기조연설 외에도 포트메이슨 센터 내에 임시로 선보인 에버노트 마켓(온라인사이트)이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필 리빈 CEO는 기조연설에서 “마켓에서 팔린 2013년 제품 판매 금액이 1,200만 달러”라며 “최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비율이 51%인 만큼 재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는 앱을 만드는 회사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한 금액치곤 상당한 액수다.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제품 판매에 촉진제 역할을 했다. 제품군은 가방, PC-태블릿 거치대, 스타일러스 펜, 티셔츠, 양말 등이다. 이들 제품은 품질 완성도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색상과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기업 에버노트는 왜 디자인 전문 회사만큼이나 디자인 역량에 집중하는 걸까? 필 리빈은 말한다. “디자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디자인은) 사용자가 제품의 기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게 바로 (사용자를 위한) 디테일이 디자인에서 중요한 이유죠.”
필 리빈은 에버노트가 디자인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소개했다 .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할 때였어요. 애플에서 아이패드의 사이즈를 발표하자마자 문구점에서 하드보드 지를 사서 실제 사이즈와 같게 만들었죠. 그러곤 리서치팀과 사용자 경험을 연구했습니다. 가방에 제품을 넣고 뺄 때의 사용자 편의성부터 거치 환경, 화면 사이즈로 인한 앱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어떤 점이 유리하고 또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최고의 아이패드용 앱을 만들 수 있었죠. 우린 물리적인 환경과 제품을 모두 이해해야 좋은 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어요.”
필 리빈 CEO의 이 말은 EC4을 찾은 참가자들이 “기존의 행사장에 비해 준비와 진행의 완성도가 월등하다”며 “디테일의 에버노트”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 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 에버노트가 투자를 유치하며 책정 받은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1조 600억 원)이다. 당시 가입자 2,500만 명에 유료 회원 100만 명. 현재는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고 유료 회원은 800만 명 이상이다. 그런데 에버노트는 IPO를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필 리빈 CEO는 이에 대해 “우리도 (IPO를) 희망하는 바”라며 “준비는 하고 있지만 2년 이상 걸릴 듯하다”고 밝혔다. 에버노트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 IPO가 가장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