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효성이 수입하는 언더 아머 인기 비결

미국에선 열풍… 한국에선 훈풍

2011년 조현준 효성 사장이 국내에 론칭한 미국 스포츠 의류브랜드 언더 아머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의류브랜드가 광고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이렇게 빠르게 국내시장에 안착한건 매우 드문 케이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미국 스포츠 의류 브랜드 언더 아머가 국내 스포츠의류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 조현준 효성 사장이 들여온 이 브랜드는 지난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해 매출 50억 원을 올렸다. 올해는 최소 200% 성장한 1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언더 아머는 미국시장에서 쾌속성장을 하는 브랜드다. 올해 미국 판매량에서 아디다스를 제치고 선두 나이키를 겨냥하고 있다.

국내에선 올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밸리 콘퍼런스장에 언더 아머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뜻 밖의 브랜드 홍보가 이뤄졌다”며 “이후 국내 언더 아머 매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입은 제품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언더 아머는 국내 론칭 과정부터가 흥미로운 브랜드다. 평소 언더 아머를 즐겨 입은 조현준 사장은 브랜드와 제품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 유학시절 야구 선수로 활약할 만큼 스포츠를 좋아했고 평소에도 골프, 테니스 등을 즐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더아머 제품을 접할 수 있었다. 지인이 언더 아머를 일본에 론칭하면서 언더 아머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만큼 기업에 대한 정보나 이해도도 높았다.

조현준 사장은 직접 언더 아머 본사에 국내 론칭을 타진했다. 하지만 언더 아머는 해외 진출이나 파트너십이 상당히 까다로운 회사로 알려져 있어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더 아머 브랜드의 가능성을 간파한 제일기획, LF패션 등 국내 패션 기업들과 LS네트웍스 등 종합상사들이 언더 아머에 국내 론칭을 제의했다가 퇴짜 맞은 사실도 조현준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뜻 밖의 일이 일어났다. 언더 아머가 조현준 사장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언더 아머의 국내 론칭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당시 우리나라 패션 의류업계와 스포츠업계에서 언더 아머와 조현준 사장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상당한 이슈였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덧붙였다. “언더 아머는 패션 기업이나 상사에선 언더 아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포츠 의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이들 업체는 스포츠 정신이나 가치보단 옷이나 패션을 더 생각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조현준 사장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조현준 사장이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생활을 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죠. 기능성 원단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효성의 사장이란 점도 언더 아머가 신뢰를 갖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고요. 스포츠 의류는 대부분 효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효성이 생산하는 스판덱스 ‘크레오라’는 기능성 의류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 32%를 차지하고 있으며 언어 아머 원단에도 사용되고 있다. 언더 아머는 조현준 사장이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갤럭시아코퍼레이션에서 수입하고 있다.

언더 아머는 제품력 하나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브랜드다. 스포츠 브랜드지만 홍보를 위해 거액을 주고 선수나 구단에 제품을 후원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선수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보고 주변에 권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는 언더 아머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야구선수들이 먼저 언더 아머 제품을 구매한 후 팬 층으로 파고 들면서 야구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언더 아머 측 관계자도 “선수들이 직접 입어 보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야구인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아졌다”며 “국내에 매장이 21개 뿐이고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결국 사용해 본 고객들의 평가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선수들이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능성 의류를 개발하고 싶다’는 언더 아머 설립자의 취지가 선수뿐 아니라 스포츠를 즐기는 대중에게까지 전달돼 호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언더 아머 창업자이자 CEO인 케빈 프랭크는 메릴랜드 대학미식축구 선수 출신이다. 그는 땀에 절어 몸에 착 달라 붙는 티셔츠가 경기력을 저하 시킨다고 생각해 직접 스포츠 의류를 만들었다. 선수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스포츠 의류를 잘 알고 있는 케빈은 직접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해 지금의 언더 아머를 탄생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지금의 한국 시장에서처럼 선수들이 먼저 열광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초기 언더 아머 제품은 단순히 땀을 흡수하고 외부로 배출하는 체온조절용 제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경량감, 착용감, 신축성 면에서 스포츠 의류 중 단연 최고라 자부할 만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언더 아머는 창업 원년인 1996년에 매출이 1만 7,000달러였다. 2012년에는 18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올 3분기엔 언더 아머 미국 매출이 아디다스의 매출까지 앞질렀다. 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언더 아머의 유일한 경쟁자는 나이키”라며 “아직까진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지만 지켜보면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더 아머의 국내 마케팅 담당자 역시 “나이키는 연구실에서, 아디다스는 구둣방에서, 언더 아머는 로커(locker)에서 시작됐다”며 “스포츠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꿰뚫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에선 언더 아머 운동화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청소년들은 나이키 조던 신발 다음으로 언더 아머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류에서 운동화로 제품 카테고리를 넓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의류 제품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앞으로 언더 아머가 어떤 열풍을 견인해 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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