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 중산층이 월가를 신뢰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

INSIGHTS

By Allan Sloan


월가에서 새로운 투자 상품이 나올 때마다, 미 중산층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왔다. 닷컴 열풍으로 부풀어 올랐던 주가는 끝내 붕괴됐고,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로 상승했던 경제는 결국 망가졌다. 그리고 지금 월가가 선호하는 최신 투자 상품인 ‘법인의 해외이전(Corporate Inversion)’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해외이전’은 ‘유기(desertion)’의 완곡한 표현이다. 미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할 때, 오로지 세금회피 목적만으로 피인수 기업의 나라에 본사를 두는 척하는 것이다.

이때 미국 기업은 더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선 12.5%(심지어 더 낮은 경우도 있다)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반면 미국 법인세율은 35%에 달한다.

법인을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하려고 하는 기업들의 주장은 미국 법인세율이 앞으로도 낮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숨기고 있는 사실은 법인의 해외이전으로 미국에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법인소득이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법인을 해외로 옮긴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법인 소득을 미국 밖으로 빼돌려 연방 및 주 법인세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내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각종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탄탄한 금융 시장, 법의 규칙, 지식 인프라, 훌륭한 거주지, 그리고 군사적 보호 등이 그것이다.

기업의 이러한 행동은 적어도 필자에겐 역겹다. 그러나 기업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논하고 싶진 않다. 재무부나 찰스 E. 슈머 Charles E. Schumer 뉴욕 상원 민주당 의원이 법인의 해외이전을 억제하고자 내놓은 제안들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거론하고 싶지 않다. 대신 평범한 시민들특히 신중한 장기투자 성향의 개미 투자자들이 어떻게 월가의 법인이전 파티 비용을 대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월가는 비싼 컨설팅 수수료 및 금융 수수료를 해외이전 기업으로부터 챙기고 있다. 헤지 펀드와 인수전문 괴물(그들은 스스로를 ‘행동주의 투자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다른 기관 투자가들이 월가를 대표하는 조직들이다. 이들은 신속하게 자신들의 투자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의 해외이전 열풍에 빠져든 기업들의 이사회 멤버와 최고경영자들은 회사 주주들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다. 법인의 해외이전이 성사되면, 주주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이 가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hares)과 옵션에 부과되는 내국소비세를 낼 수 있도록 특별 보조금을 제공한다. 법인의 해외이전을 원하는 대형 의료장비업체 메드트로닉 Medtronic을 예로 들어보자. 이 기업은 세금 공제가 안 되는 6,300만 달러를 최고 경영자들과 이사들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돈으로 내국소비세와 내국소비세 보조금에 붙는 세금까지도 처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메드트로닉 주식을 비퇴직연금계좌로 보유 중인 개미 투자자들은 주식 관련 세금을 직접 내야 한다. 또 그들이 가입한 뮤추얼 펀드의 보유 주식에 대해서도 간접세를 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 기업이 납세 거주지를 옮길 땐 출구세(Exit Tax)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법에 따르면, 주주들은 마치 해당 기업이 해외이전일에 시장 가격으로 현금 인수된 것처럼 자본소득세를 내야 한다(법인의 해외이전을 방지하는 규정이지만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이 메드트로닉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선 자신의 주머니에서 세금 낼 돈까지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일례를 들어보자. 미네소타에 거주하는 고소득 주민이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메드트로닉을 주당 5달러에 매수해 20년 동안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회사가 미증권거래위윈회(SEC)에 보고한 가격인 주가 65달러에 법인의 해외 이전이 이뤄지면, 이 주민은 연방 및 주 세법상, 주당 20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뮤추얼 펀드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세전 실적으로 평가 받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세금 의무를 전가하기 때문이다.

뱅가드 Vanguard 펀드 투자자를 위한 뉴스레터 편집장 대니얼 P. 위너 Daniel P. Wiener는 “펀드매니저가 수익을 내고 주식을 매도할 경우 투자자들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펀드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월가가 이익만 좇을 때 책임감 있는 중산층은 피해를 본다. 어처구니 없는 법인의 해외이전 파티를 멈춰야 한다. 대신 법인세법을 고쳐 경제를 살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앨런 슬론이 최근 마켓플레이스 모닝 리포트 MARKETPLACE MORNING REPORT와 진행한 인터뷰는 포춘 태블릿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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