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박희용 오비맥주 인사총괄 부사장

“매달 한 차례‘ 소통의 밤’ 행사 개최<br> 임직원 모두‘ 치맥’하며‘ 파이팅’ 외치죠”

국내 대표 맥주기업 오비맥주가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 인수됐다. AB인베브는 지난 2009년 오비맥주를 매각했다가 5년 만에 다시 품에 안았다. 그만큼 오비맥주의 잠재력과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오비맥주와 AB인베브는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모든 기업의 성장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다. 박희용 오비맥주 인사(HR) 부문 총괄 부사장을 만나 오비맥주와 AB인베브의 기업문화, 인재육성 프로그램 등을 들어봤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박희용 오비맥주 부사장은 첫 직장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사 분야 업무만 20년 넘게 담당해온 인사 전문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쓴 격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업 인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박희용 부사장은 인사를 어떻게 정의할까.

“기업에서의 인사(혹은 인사 부문)는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이기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에 관한 업무를 하니까요. 게다가 조직문화와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도 하죠. 그 모든 것이 기업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일입니다.”

박희용 부사장은 현대상선을 시작으로 모토로라, 인텔, 갭 등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들을 거치며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 기업의 인사정책과 외국 기업의 인사정책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오비맥주 역시 두산그룹이라는 한국 기업을 모태로 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맥주기업 AB인베브의 일원이다. 오비맥주라는 기업의 역사 자체가 한국과 외국의 기업문화를 함께 내재화하고 있는 셈이다.

박희용 부사장은 말한다. “인텔은 철두철미하고 깐깐한 조직문화를 가졌습니다. 반면 갭은 다소 느슨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특징이었어요. 오비맥주는 어떠냐고 묻는다면, 맥주와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맥주가 지닌 특징 혹은 맥주가 상징하는 가치들을 살펴보면 ‘젊음, 공유, 소통, 투명성, 적극성, 실용성, 도전정신, 열린 문화’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게 바로 오비맥주의 조직문화이기도 합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비맥주 본사 12층 강당에서는 매달 하루 떠들썩한 ‘저녁 파티’가 열린다. 그냥 단순한 파티가 아니다. 이른바 ‘소통의 밤(Communication Night)’이라는 이름을 붙인 임직원 소통 및 단합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이 맥주도 마시고 치킨도 먹으면서 회사의 영업실적, 마케팅 · 광고 전략, 생산현장 이슈, 인사정책 등을 공유한다. 물론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한다. ‘소통의 밤’은 본사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공장과 영업지점에서도 개최된다. 이 행사는 오비맥주의 기업문화를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통과 투명성이 오비맥주의 기업문화

오비맥주 본사 16층에 위치한 최고경영진 사무공간도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곳은 투명한 유리로 벽을 만든 회의실 외에는 방이 없다. 즉 개인 사무실이 따로 없는 것이다. CEO도 예외는 아니다. 10명의 최고경영진은 20~30cm 높이의 낮은 칸막이로 구분한 각자의 책상에서 업무를 본다. 고개를 들어 앞과 좌우를 보면 바로 동료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완전히 열린 공간에서 일하는 셈이다. 박 부사장의 책상은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Frederico Freire 사장의 책상과 서로 맞닿아 있다.

오비맥주는 과거 두산그룹의 주축 계열사였다. 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기업 중 하나다. 그런 까닭에 오비맥주는 오랫동안 한국적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두산그룹의 품을 떠나면서 최대주주가 인터브루,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AB인베브 등 외국 기업으로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외국 선진기업의 조직문화를 흡수해왔다.

박 부사장은 말한다. “지난 10여 년간 오비맥주는 대주주, 제도, 시스템, 사람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커졌죠. 또한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들과 대주주에 의해 회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투명성과 열린 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AB인베브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바탕으로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나가고 있죠. 아울러 오비맥주가 국내 최고 맥주회사이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AB인베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시장 개척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죠.”

AB인베브는 세계 최대 맥주기업이다. 지난 2004년 벨기에의 인터브루와 브라질의 암베브가 합병을 단행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등극한 데 이어, 2008년에는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와 합병하면서 더욱 세력을 키웠다. AB인베브는 세계 맥주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위 10개 브랜드 중 6개를 보유하고 있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이 간판 브랜드다.

“AB인베브는 글로벌 넘버원 맥주회사입니다. 일등기업은 그 자리를 수성(守城)하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 고차원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AB인베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들이 더욱 많이 필요한 시점이죠.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기존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AB인베브는 사원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6단계의 직무 등급별로 체계적인 인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핵심은 ‘문제해결’ 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가치 및 리더십 교육체계도 6단계 직무 등급별로 최적화돼 있다.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오비맥주의 사내 교육은 ‘실용성’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단지 배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죠. 일례로 AB인베브와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이 공동 주관하는 사내 MBA 프로그램인 ‘비즈니스@ABI’의 경우, CEIBS 교수진뿐 아니라 AB인베브의 직군별 최고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수강생들에게 살아 있는 지식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즈니스@ABI는 ‘액션 러닝(ActionLearning)’이 큰 특징입니다. CEIBS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현업에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죠.”

꿈꾸는 인재에게 오비맥주는 ‘기회의 무대’

AB인베브는 ‘10대 원칙’을 갖고 있다. 경영이념 혹은 경영방침 같은 것이다. 10대 원칙은 꿈(Dream), 사람(People), 문화(Culture)의 3개 분야로 나뉜다. 꿈 분야는 딱 1개의 원칙만 존재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꿈을 공유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모두 하나 된 최고의 맥주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AB인베브의 글로벌 CEO인 카를로스 브리토 Carlos Brito 회장은 평소 자주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꿈꾸는 것은 돈이 안 든다. 그런데 왜 작은 꿈을 꾸나. 우리 모두 ‘빅 드림(Big Dream)’을 꾸자”는 게 그것이다.

사람 분야의 10대 원칙은 2개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우리의 최대 강점은 사람’이라는 내용이고, 다른 한 가지는 ‘우리는 우리보다 더 나은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며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나머지 7개는 문화 분야의 원칙들이다. 그중 첫 번째 원칙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으며, 이러한 노력이 바로 우리 회사의 동력입니다. 우리의 집중력과 절대 안주하지 않는 태도가 지속적인 경쟁우위의 기반입니다.

’박 부사장은 말한다. “오비맥주와 AB인베브는 항상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건설적이고 건강한 긴장감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죠. 편안함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쉬운’ 회사가 아닌 셈이죠. 하지만 도전정신과 성취욕이 강하고 큰 꿈을 꾸는 진취적인 인재들에게는 멋진 직장입니다.

특히 AB인베브는 글로벌 인사교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례로 얼마 전 오비맥주 전산 담당 부장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 AB인베브 아시아 · 태평양 지역(APAC Zone) 본부의 전산 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겼어요.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오비맥주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이렇게 말하곤합니다. ‘오비맥주가 쉬운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1년, 2년 버텨내다 보면 당신의 경쟁력이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이죠.”


비즈니스@ABI는…
글로벌 맞춤형 리더 배출의 산실

AB인베브와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이 공동 주관하는 비즈니스@ABI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임원 또는 임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맞춤형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재무, 인사, 생산, 영업, 마케팅, 베터월드(Better World: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 국제(국제경영), 전략 등 총 8가지 모듈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수업, 사례분석, 토론, CEIBS 교수진 및 AB인베브 임원의 강의 등 다양한 교수법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 밖으로 식견을 넓힐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참가자들이 다른 시니어 리더와의 만남을 통해 사내교류, 리더십 역량, 전략적 사고력 등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회사 성장을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이 속한 ‘APAC Zone(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010년 처음 비즈니스@ABI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지난해까지 총 4회 교육이 실시됐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료생 중에는 각 부문 부사장, 지역 본부 사장으로 임명된 사례도 있다. 요컨대 비즈니스@ABI가 AB인베브의 차세대 경영진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CEIBS 캠퍼스에서 시작된 제5기 비즈니스@ABI 프로그램 참가자는 한국 5명, 중국 23명, 베트남 1명 등 총 29명이다. 오비맥주에서 추천을 받은 5명의 참가자는 이기형 이사(영업), 김대녕 이사(생산), 맹승현 이사(영업전략기획), 허혜선 이사(인사), 박종한 이사(정보전략) 등이다. 오비맥주는 비즈니스@ABI 프로그램을 글로벌 인재 육성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CEIBS는 2014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경영전문대학원 순위에서 아시아 1위, 세계 17위에 오른 세계적인 비즈니스스쿨 중 하나다.

AB인베브는…
시장 점유율 20% ‘세계 1위 맥주기업’

AB인베브는 벨기에 루뱅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1위 맥주기업이다. 네슬레, 코카콜라 등과 함께 세계 5대 소비재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맥주 브랜드 포트폴리오만 200여 개에 달한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레페, 벡스, 호가든 등 세계 유수의 맥주 브랜드들이 AB인베브의 것이다. AB인베브의 맥주 제품이 판매되는 국가는 100개국을 웃돈다. 2013년 기준 AB인베브의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은 19.7%로 단연 1위다. 사브밀러(9.6%), 하이네켄(9.3%)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AB인베브는 전 세계 24개국에서 15만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약 432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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