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에선 순위 변동이 크게 나타났다. 특히 2014년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중 4개사가 탈락하면서 상위 10위가 절반 가깍이 물갈이된 게 눈길을 끈다. 또 '올스타 기업 50'에 오뚜기,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식품기업이 새로 명함을 내민 것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넘버원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포춘코리아가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을 처음 발표한 2010년부터 올해까지 2012년 한 해만 빼고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_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은 일반인, 전문가, 기업 종사자 등 3개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선정된다. 특히 올스타 기업 50은 설문조사 대상자들에게 각자 전체 후보 기업 명단에서 존경할 만한 기업 10개를 추려내도록 한 다음, 그 선택 빈도수에 따라 순위를 부여했다. 조사 대상자들이 평소 인식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미지와 평판 등이 직관적· 주관적으로 투영되는 방식이다.
반면 10대 산업 부문별 가장 존경받는 기업 상위 5개사는 각 산업 내부 동향을 잘 아는 기업 종사자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아무래도 일반인 집단은각 산업의 속사정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올스타 기업 50과 10대 산업 부문별 상위 5개사의 전체 명단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올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에서 삼성전자는 올스타 기업 50과 전기, 전자 및 정밀기기 부문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서비스의 질, 재무 건전성, 경영 품질 등 전체 9개 평가항목의 총 평균점수가 7.33점(1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의 효율성 항목에서 여타 기업들보다 확연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9개 평가항목의 총 평균점수가 7점을 넘어선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7.06점) 2개사밖에 없었다. 나머지 대다수 기업의 점수는 5~6점대에 분포됐다. LG전자는 올스타 기업 50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2014년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G 시리즈’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올스타 기업 50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9개 평가항목 총 평균점수가 5.76점에 그쳤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자산의 현명한 사용 항목 점수가 9개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5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 입찰에 10조5,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베팅하면서 고가 매입 논란에 휩싸였던 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장기적 투자가치(6.34점),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의 효율성(6.27점), 재무 건전성(6.25점) 항목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만회했다.
올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톱10에는 새로운 얼굴이 다수 등장했다. 7위에서 10위까지 나란히 포진한 한국전력공사, (주)LG, 아모레퍼시픽, 아시아나항공이 주인공들이다. 한국전력공사, 아모레퍼시픽,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순위는 각각 14위, 13위, 12위였다.
특히 (주)LG는 지난해 24위에서 16계단이나 상승하는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톱10 진입은 가장 존경받는 한국기업 조사 이래 처음이다. 지주회사는 특성상 자회사들의 실적이나 평판이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주)LG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약 2조 1,540억 원)과 영업이익(약 2,000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3.4%, 2.3%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처음으로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케이스다. 지난 수년간 10위권대 초반에 꾸준히 자리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뷰티 기업으로 도약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아시아나항공은 톱10에 재진입한 경우다.
반면 지난해 톱10 안에 포진했던 기업 중에서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삼성생명보험, ㈜두산이 탈락의 고배를마셨다.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은 7위에서 48위로 무려 41계단이나 급락했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오너 일가의 문제가 발생했거나 경영진의 신뢰성에 금이 간 기업들은 대부분 순위가 하락했다”며 “순위 변경에는 기업을 둘러싼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올스타 50에 신규 진입(재진입 포함)한 기업은 모두 9개사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18위), 이마트(24위), 오뚜기(31위), 매일유업(34위), 동서식품(39위), ㈜GS(41위), 이랜드월드(42위), ㈜한화(46위), 문화방송(50위) 등이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매일유업은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50 조사 이래 최초로 올스타 기업 50에 선정됐다. 나머지 8개사는 2014년 이전에 최소 한두 차례 이상 올스타 기업 50에 등장했던 기업들이다.
매일유업은 중국 분유 시장 진출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전체적인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중국 분유 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매일유업은 소비재 및 식음료 부문 톱5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제품/서비스의 질과 장기적 투자가치 평가항목에서는 6점대의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올스타 50에서는 농심(25위→20위), CJ제일제당(27위→21위) 등 전통의 강자들을 비롯해 새로 진입한 오뚜기,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식음료 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해 올스타 기업 50에 포함됐던 삼성에버랜드(2014년 19위), 에쓰-오일(2014년 35위), 삼양사(2014년 38위), 삼성화재해상보험(2014년 39위), 르노삼성자동차(2014년 41위), 두산인프라코어(2014년 42위), ㈜STX(2014년 46위), ㈜코오롱(2014년 47위), LG유플러스(2014년 50위)는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라졌다. 다만 제일모직은 올스타 기업 50에서 36위로 존재감을 유지하고있다. 또 에쓰-오일은 올스타 기업 50에서는 탈락했지만, 에너지 부문 톱5에서는 1위를 차지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역시 금융 부문 3위에 오르며 만만찮은 영향력을 보여줬다.
에쓰-오일과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 부문별 톱5 명단은 올스타 기업 50의 판도와는 제법 다른 양상을나타낸다. 올해 10대 산업 부문별 1위 기업은 신한금융지주(금융), SK(주)(지주회사, 종합상사 및 유통), LG화학(화학, 철강 및 비금속 제조), SK텔레콤(IT, 통신), 현대자동차(자동차, 조선 및 운송), 삼성엔지니어링(건설 및 엔지니어링), 네이버(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삼성전자(전기,전자 및 정밀기기), 에쓰-오일(에너지), CJ제일제당(소비재 및 식음료)이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