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영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본(資本)’이다. 자본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경영자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급조할 수 없는 자본이 바로 ‘신뢰자본’ 이다. 조직의 성과는 조직과 일에 대한 직원들의 협력지수(collaborative intelligence)가 높을 때 가능한 일이며 직원들의 협력지수는 신뢰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신뢰가 돈이 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협력지수’는 직원들이 상생(相生)을 전제로 협력하고 싶은 마음 가득한 심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협력지수가 높은 직원들이 실제로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여 궁극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협력지수를 높여주는 신뢰에 대한 경영자의 진지한 고민과 대응이 요구된다.
경영자가 신뢰자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뢰자본의 다양한 차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직원들의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 즉 협력지수를 떨어뜨리는 방해요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직원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상사와 동료들과 신뢰관계가 없을 때 일할 맛을 잃거나 심리적으로 협력을 거부한다. 또한 조직에 실망하거나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될 때 협력지수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경영자는 신뢰의 차원을 ‘리더에 대한 신뢰’, ‘동료에 대한 신뢰’ , 그리고 ‘조직에 대한 신뢰’ 등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더에 대한 신뢰’를 살펴보자. 조직에서 자신의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리더가 불편한데 일이 잘될 리 없다.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조직을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직원들에게 지나친 실적지상주의를 강요하거나 비인격적인 행동과 소위 ‘ 갑질’ 에 가까운 비윤리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리더들은 리더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협력지수를 떨어뜨리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가뜩이나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에 시달리는 조직이 많은 요즘에 리더에 대한 신뢰는 직원들의 협력지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리더에 대한 신뢰를 희생시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적 성과주의를 경계하고 건전한 조직문화와 원칙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면 리더들에 대한 리더십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만 잘하는 리더가 더 위험하다.
사람을 잃고 성공한 리더는 없다. 특히 리더십 교육에는 세 가지 내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먼저 리더십 정체성 확립이다. 리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 정신 나간 리더가 제대로 직원들을 이끌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는 똑똑한 리더를 확보하지만 말고 그들이 똑똑한 리더십을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리더십 기법(tool)과 스킬을 학습시켜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더들이 함께 원활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만들어 서로의 고민과 성공 및 실패 사례 공유를 통해 리더십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 교육만 잘 진행되어도 직원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직원들은 항상 자신의 리더를 관찰하고 학습하며 모방하기 때문이다. 즉 리더에게 리더십을 학습시키는 것은 돈 버는 법을 선행학습 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동료에 대한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글로벌 리서치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에 다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신뢰가 세 번째로 중요하다고 응답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했다. 검은 묵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 2011년에 출간된 ‘Connected(번역서명: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에서도 나쁜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나쁜 데 물들기 쉽고 행복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자신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즉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다면 자기도 행복감이 6% 증가하고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10%, 친구가 행복하면 15%의 행복지수가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의 제임스 폴러 교수와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가 10년간 병원을 찾은 5,124명의 친구 관계 5만3,228건을 분석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라고 한다. 즉 행복감은 전염된다는 것이다. 동료들과의 신뢰가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고 협력지수는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상사와의 갈등이 있더라도 동료와의 관계가 좋으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상사로부터의 고통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리더나 조직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나 고통을 분산시킬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동료들과의 신뢰가 없다면 힘겨운 조직생활은 더욱 힘겨워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협력지수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경영자는 무엇보다 직원들 개인간 혹은 부서간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신뢰관계를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부서 내부 혹은 부서간 회식 이벤트나 일정 기간 부서 이동을 통한 상호이해 증진, 그리고 갈등 발생 시 신속하게 이를 조정해줄 수 있는 전담부서(예: 기업문화팀)의 신설 등을 통하여 동료간 수평적인 신뢰관계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조직 내부의 갈등을 방치하다가 정작 외부와의 갈등에 무기력해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경영자는 정기적으로 그리고 정교한 방법으로 직원간 신뢰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여 직원들의 높은 수준의 협력지수를 유지하는 일을 직접 챙겨야 한다.
셋째, ‘ 조직에 대한 신뢰’ 다.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신뢰가 바로 조직에 대한 신뢰다. 요즘 직원들은 예민하다. 착한 마음만으로 조직에 대한 불만을 기꺼이 인내할 직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사와 마음이 맞고 동료와 친해도 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미련 없이 조직을 버린다. 조직에 대한 신뢰는 조직의 공정성(justice)으로 판단된다.
제한된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건이 발생하면 조직의 공정성은 의심받게 된다. 또한 조직의 의사결정 절차가 공정하지 못할 경우에도 직원들은 리더를 포함하여 경영진의 리더십을 불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개인 혹은 부서 단위의 차별을 받을 경우에도 조직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뢰를 포기하게 된다. 물론 조직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인하여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조직이 정해놓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직원들은 조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무시되고 배려받지 못하는 것에 분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조직 내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칙 수립과 일관성 있는 실행, 그리고 내부 소통의 문화와 제도를 확보해야 한다. 조직이 직원을 ‘왕따’시키면 직원들은 침묵으로 저항하기 마련이다. 직원들의 침묵은 더 이상의 협력을 허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취 동기가 아닌 회피 동기로 일관하여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창출 과정에서 방관자로 남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신뢰의 세 가지 차원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세 가지 신뢰의 차원은 합( )의 관계가 아니라 곱(X)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나라도 제로가 되면 신뢰의 전체 구조는 흔들리고 만다. 신뢰 수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조직이 위기에 처하면 바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간 혹은 부서간에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이기심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 기반의 협력지수에 따라 조직의 성과는 결정된다는 명확한 논리를 경영자는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신제구 교수는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