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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그리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목을 맬까.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줄기차게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체제 동요의 불안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공개한 확성기 대북 심리전 내용을 보면 우리의 시각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하루 8시간씩 불규칙하게 송출되는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 등 네 가지다.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Voice of Freedom)' 방송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극히 반발하는 것은 전방의 북한 병사들과 주민들의 심리적인 동요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중산층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대중문화 소개에 대한 반향이 크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트로트나 K팝 등 남한 가요 중에서도 가수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BANG BANG BANG)', 노사연의 '만남' 등이 북한 병사들의 마음을 흔든다고 한다.
최근에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황과 관련한 기사를 정리해 아나운서가 읽는 방식의 방송도 실시하고 있다. 군은 심리전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극적인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 송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나온 상황만 놓고 본다면 북의 지뢰 도발이 발생하자마자 일각에서 적을 직접 조준 사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군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