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참사로 딸 윤효정(29)씨를 잃은 어머니 곽모씨는 오열 속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사고 직후 백방으로 딸을 찾아 헤매다가 한 병원에서 딸의 사망소식을 접한 순간 곽씨는 구토까지 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고소식을 TV로 접하고 한걸음에 경기도 포천에서 의정부로 달려온 아버지 윤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참사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왔는데 왜 너는 이렇게 됐냐"며 땅을 쳤다.
포천이 고향인 효정씨는 사고가 난 오피스텔에서 혼자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특히 오는 3월에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 둔 상태여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윤씨의 예비신랑도 이날 윤씨의 행방을 찾아 가족들과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는 의정부 백병원에 효정씨가 안치돼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제 자정에 한 전화통화가 효정이와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효정씨의 오빠도 "동생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는데 최종 위치가 대봉그린아파트로 확인돼 걱정이 컸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동생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상황본부는 물론이고 의정부나 서울 병원까지 피해자 가족들이 애타는 가슴을 안고 직접 찾아다녀야 하냐"며 울먹였다.
이날 의정부 추병원장례식장에서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경진(26·여)씨의 영정사진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한씨의 어머니 궁모씨는 "어제 저녁도 같이 먹고 환하게 웃으며 얼굴을 봤던 딸인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친구 같은 딸이었다"고 눈물을 쏟았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경진씨는 양주시에 있는 본가에서 출퇴근하는 시간을 아끼려 지난해 의정부에 거처를 마련하고 홀로 생활을 해왔다. 궁씨는 "딸이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도 혼자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힘들게 공부해왔는데 제 꿈도 펼쳐보지 못 한게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윤씨나 한씨처럼 이번 화재에서는 특히 젊은 직장인들의 희생이 잇따라 피해자의 80% 가량이 20~30대에 집중됐다. 이들 건물이 지하철역에 가깝고 원룸 또는 투룸으로 구성돼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28명의 사상 가운데 나이별로는 20대가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30대 44명, 10대 이하 12명, 40대 10명, 50대 7명, 60대 이상 5명으로 나타났다. 결국 20∼30대의 젊은이들이 전체 피해자의 77.3%를 차지했고 10대 이하까지 합치면 86.7%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