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SK와 SK C&C의 합병 등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심의한 결과 양측 합병 건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결권행사전문위는 양사의 합병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합병비율, 자사주 소각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이번 합병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고 국민연금 측은 밝혔다. 앞서 SK와 SK C&C는 지난 4월 1대 0.73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했고 26일 각각 임시주총을 열어 관련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언급은 이번 합병비율이 최태원 회장 일가의 소유 비중이 낮은 SK에 불리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1·4분기 말 기준 SK와 SK C&C의 국민연금 보유지분은 7.19%, 6.90%다. 아울러 전문위는 합병 이후 SK C&C의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상향 조정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다.
SK그룹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양사 합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가 SK C&C 주식 43.43%를, 최 회장 일가와 SK C&C가 SK 주식 31.86%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임시주총에서의 합병 의결에는 큰 문제가 없다. SK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합병을 발표한 후 그동안의 주가 상승세 등을 봤을 때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시장은 국민연금이 마찬가지로 합병비율이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0.19%, 제일모직 지분 5%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민 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은 위원회에 아직 회부되지 않아 거론하기 이르다"면서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안건으로 올라온다면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