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개설 문제를 처리해달라고 요청해 수락을 받았다.
이처럼 대통령은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뛰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동양그룹처럼 국내 금융 현안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금융산업 성장과 국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 내에서 FTA 협상을 담당하는 글로벌금융과 내 금융협상지원팀장은 2개월째 공석이다.
올 8월 서재홍 금융협상지원팀장이 금융위 국제협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금융위에서는 통상업무를 사실상 주무관 1명이 도맡아 하고 있다. 글로벌금융과장은 금융안정위원회(FSB)나 국제협력 업무가 주다.
윗선에서도 통상 문제는 뒷전이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 현안을 다루다 보니 솔직히 통상 문제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상 문제를 논의하는 장관급 회의인 대외경제장관회의에도 금융위원장은 거의 불참하고 있다. 1급인 상임위원이 대부분 대참한다. 그만큼 관심이 적다는 얘기다.
또 국내 피해가 큰 보이스피싱 문제에 대해 FTA에서 언급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이후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7,000여건으로 피해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상당수는 중국을 거쳐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법 어로 문제처럼 한중 FTA 의제로 다룰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조차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중 FTA서 보이스피싱 문제가 다뤄진 적이 없고 금융위 등에서도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이외에도 한ㆍ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국내 금융사가 진출할 수 있는 길 중의 하나가 FTA"라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통상전문가라고 하지만 금융위에서는 안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