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도 끄떡없는 탄탄한 중소·중견기업들 사이에 사옥마련 붐이 일고 있다.중소형 빌딩의 시세가 IMF이후 폭락한데다 최근들어 금리도 한자리수로 떨어져 자금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자 견실한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내집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경매물건으로 나온 중소형빌딩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일반 부동산중개업소에도 건물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밀려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지하1층 지상4층의 빌딩을 사용하고 있는 다다실업은 지난달 18일 서울지방법원 경매에 응찰, 같은 동네에 있는 지하2층·지상10층의 우보빌딩을 82억원에 낙찰받았다. 23년째 스포츠캡(운동모자)만 생산해온 다다실업은 현재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중국등 해외공장에 9,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독일에 완구·열쇠고리를 수출하는 ㈜BEST FRIEND(베스트 프렌드)도 중소형빌딩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지난달 14일 서울지법 경매에 응찰, 강남구 대치동 지하2층·지상7층의 대유빌딩을 18억3,3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지상4층짜리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줬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이번기회에 사옥을 마련키로하고 과감히 투자했다.
이밖에도 중국에 공장을 두고 인형을 생산하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정화흥산은 강남구 청담동 10층짜리 대주빌딩을 72억원에, 역삼동에서 무역업을 하는 세신어패럴도 강남구 역삼동 지상6층짜리를 19억6,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법원경매물건은 일반 매물에 비해 값이 싸기 때문에 사옥을 마련하려는 중소·중견업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에따라 중소형빌딩에 대한 입찰 경쟁률도 평균 7~8대1 정도이며 10대1, 20대1을 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사옥마련을 위해 경매컨설팅업체에 들어오는 의뢰도 지난해 11월이전에는 한달에 한두건 정도였으나 최근들어 월 10여건으로 늘어났다. 문의전화도 거의 없다가 요즘들어서는 하루평균 3~4통으로 크게 늘었다.
경매전문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영선코리아 황지연(黃智炫)부장은 『17년째 경매를 하고 있는데 이처럼 중소형빌딩에 입찰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10억~30억원짜리 중소형빌딩은 요즘 나오기 무섭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일반 중개업소에도 중소형 빌딩을 사옥으로 마련하기 위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21세기센추리 대림공인중개사무소의 경우 현재 이같은 주문을 3건이나 받아 다른 중개업소나 성업공사·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해당물건을 찾고 있다.
이 업소 이선유사장은 『한 중소전자부품업체가 100억원짜리 10층 내외의 빌딩을 주문했지만 요즈음 도심에서 이같은 매도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오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