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1위 자리를 넘보는 반면 LG생활건강은 연초 이후 주가 급락으로 몸집이 줄면서 '형님' 자리를 내놓을 판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연초 이후 20.6% 올라 시가총액이 5조6,800억원대에서 6조8,3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쪼그라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전일보다 1.09% 하락하는 등 연초 이후 16.3% 급락해 시가총액이 8조4,900억원에서 현재 7조500억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두 업체 간 시가총액 차이는 불과 2,000억원에 불과하다.
화장품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면서 시가총액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은 실적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7% 증가한 494억원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25%나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었고 온라인 판매도 호조를 보인 덕이 컸다.
이와 반대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847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소폭 밑돌았다. 중국 더페이스샵 사업이 조인트벤처 체제로 전환되면서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 화장품 부문에서 약 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외국인이 아모레퍼시픽을 매수(롱)하고 LG생활건강을 매도(쇼트)하는 롱쇼트페어드레이딩 매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외국인은 LG생활건강을 401억원어치 팔았지, 아모레퍼시픽은 499억원어치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 간 시가총액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화장품 계열사의 고른 성장과 중국 시장 매출증가로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다"면서 "반면 LG생활건강은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사업 부진에 과거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던 인수합병(M&A) 효과 부재가 겹쳐 주가가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