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5 28만 원에 드려요. 약정할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공짜'에요"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정상영업에 들어간 20일. 휴대폰 교체를 고민중이던 김 모 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서울 테크노마트 A 판매점에 전화를 걸었다. 판매점의 제안은 솔깃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 S5를 단돈 28만 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점 직원이 제시한 조건은 이렇다. 출고가 86만6,800원인 갤럭시 S5를 할부원금 64만원에 판매하고 대신 36만원을 현금으로 준다는 것이다.
계약서상에는 할부원금을 64만원으로 기재해 매달 2만7,000원을 청구하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페이백'(휴대폰 구입 시 현금을 주는 것)으로 현금 36만원을 즉시 지급해 실질적으로는 28만원에 갤럭시 S5를 판매하겠다는 얘기다.
이 판매점 직원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서 KT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만 이 조건이 가능하다"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도 싸게 살 수 있지만 KT만큼 조건이 좋지는 못하다"고 했다.
갤럭시 S5를 28만원에 구입하는 데는 조건이 붙었다. '최소 3개월은 7만9,000원자리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점 직원은 "3개월 후에는 낮은 요금제로 갈아타도 무방하다"고 했다. "KT의 7만9,000원 요금제는 24개월 약정을 하면 요금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요금할인까지 포함하면 갤럭시 S5를 공짜에 사는 셈"이라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은 20일 휴대폰 구입을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됐다. 테크노마트의 B 판매점 직원은 "몇몇 판매점이 공짜폰 마케팅을 하자, 예약자가 일시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A 판매점이 제시한 조건은 엄연한 불법이다. 계약서상 86만6,800원과 64만원의 차액인 22만6,800원이 보조금이지만, 페이팩을 포함하면 58만6,800만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된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2배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약정할인을 휴대폰 할인처럼 속여 파는 행태'도 여전했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조금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영업을 재개하면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일인 10월 초까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보조금 살포가 재연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가 판매점에 보조금을 살포했거나, 제조사가 판매점에 직접 판촉비를 지급했거나 둘 중 하나"라며 "판매점들이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보조금을 살포할 리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이통 3사 영업개시 직전, "'불법 보조금' 살포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0.1%의 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이통사들에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업재개 첫날인 20일 이통시장에서는 총 5만7,154건(알뜰폰 제외)의 번호이동이 발생했다. 방통위의 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의 2배를 넘는 수치다. 회사별로는 SK텔레콤이 2만9,489건, LG유플러스가 1만4,883건, KT가 1만2,782건을 유치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