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향기가 나는 광고전단」, 「향기가 나는 양복」, 「 향기를 이용한 손님끌기」, 「향기가 나는 텔레비전 광고」, 「향기 나는 내의」, 「향기를 없애는 스프레이」, 「향기를 뿜는 인터넷 사이트」 이쯤되면 향기와 돈의 관계가 어느정도될 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현재 매우 인기를 끌고 있는 사업 아이템도 있다.최근 한 의류회사는 향기를 광고에 이용, 화제가 됐다. 광고하면 으레 텔레비전, 신문광고를 떠올리거나 라디오 광고를 생각하지만 이 회사는 후각을 이용한 광고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하철 광고사진에 사과향기가 나는 특수잉크를 사용했다. 광고가 붙어 있는 차량내부엔 사과향이 가득하다. 만원지하철 승객에게 한가닥 여유를 안겨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광고 속에서는 가을 옷을 입은 연인들이 사과를 정답게 먹고 있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거나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맡도록 한 것이다. 향기를 통해 손님들에게 자사의 제품에 대한 구매욕구를 높이기 위해서다.
향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상품구매와 연결시키고 있는 사업도 있다. 바로 향기마케팅이다. 향기마케팅이란 매장에 향기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각 매장별로 매달 색다른 향기를 제공해 매상을 올리도록 해 준다. 의류매장에 어울리는 향기와 전자제품 매장에 어울리는 향기는 다르다는 것이 사업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향기를 이용한 재미있는 상품들도 있다. 코오롱상사에서는 얼마전 향기가 나는 신사복을 내놓아 미국의 한 잡지사가 제공하는 「괴짜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이집트의 향기 치료법인 「아로마테라피」(AROMAT THERAPY)를 신사복에 응용해서 환경보호에 기여했다는 것이 수상 이유다. 환경보호에 기여한 것이 증명될 수 있는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향기를 이용한 기발한 상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향기를 의류에 이용한 상품은 이 밖에도 꽤 많다. 전통적인 황토를 소재로 황토냄새가 나는 양복을 만든 회사도 있다. 한국적인 정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이용한 것이다. 향기가 나는 내의도 한때는 꽤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얼마전 한 사업가가 배우자의 바람을 막기위해 냄새를 분비하는 내의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록된 역사에 따르면 향기는 이미 기원전 1,000년 전부터 특별한 용도로 쓰여졌다. 향기를 이용한 치료로 알려진 아로마테라피의 원류는 고대이집트인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아로마테라피도 요즘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다. 요새 유행하는 아로마테라피는 피부노화방지를 위한 마사지 요법 중 하나다. 마사지 오일에 생리불순을 막아주거나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향기를 첨가, 신체일부에 마사지를 한다. 흔히 호르몬 요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로마테라피용 향기용품들은 최근까지도 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페로론 향수도 이런 아로마테라피의 변종이라 할 수 있다.
이달 초 이원이디에스(대표 최중호·崔仲鎬)라는 벤처기업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윤창노 박사와 함께 장미꽃 향기를 비롯 30여가지의 향기를 인터넷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원하는 향의 구성성분과 배합비율을 조정해서 디지털화한 데이터 파일을 만든다. 그리고 이 데이터 파일을 이메일처럼 인터넷으로 전송한다. 상대방 컴퓨터에서는 이 파일이 제공해준 데이터를 향분사기를 통해 분사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향기도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에서는 얼마전 제어기술을 이용, 향기를 일정시간에 분사하도록 하는 장치가 개발돼 화제가 됐다. 이 기술은 곧 텔레비전 드라마나 광고에 이용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텔레비전에서 향기가 뿜어져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향기를 이용한 상품과 서비스가 앞으로 얼마나 큰 호응을 받을지 정확한 예상은 어렵다. 하지만 점차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밀레니엄 시대에 새로운
소비풍조로 자리잡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향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홍병문기자GOODLIF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