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달리 유럽 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은 저인플레이션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ECB 당국자들이 위험 수준에 이른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며 "마이너스 예치금리나 국채 및 채권 매입 등이 동원 가능한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CB 내 매파(물가안정 강조)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추가 경기부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온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날 마켓뉴스인터내셔널(MNI)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예치금리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연준 식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논외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QE 정책인) 국채매입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과 함께 ECB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내온 핀란드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저인플레이션 국면 해소를 위한) 수단이 소진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이너스 예치금리, 자산매입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ECB가 양적완화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은 자신들의 목표치(2%)에 미달하는 저인플레이션 상태가 1년 넘게 계속돼온 데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2월 1.8%를 기록해 2%를 하회하기 시작한 EU 물가는 2월까지 5개월 연속 1% 밑을 맴돌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 또한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을 이르면 5월 중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쓰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여건이 변하고 있다고 BOJ가 판단할 경우 적절하고 신축성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르면 5월 중순께 추가 완화정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가 언급한 '경제여건 변화'는 오는 4월 실시 예정인 소비세 인상(5%→8%)이다. 아베 총리 출범 이후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장기불황의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오고 있는 일본에서는 소비세 인상이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자산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초 블룸버그 조사 결과 전문가의 35%가 2·4분기(4~6월)에, 또 다른 35%는 3·4분기에 BOJ의 통화완화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