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증권투자 열풍

禹源河 증권부 차장「요즘 미국의 치과의사들은 오전에만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주식투자를 위해 병원을 닫기 때문에 이빨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얼마전 회사 동료가 전해준 이야기 한 토막이다. 다우존스 지수가 고공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미국 사회 전반에 증시 투자열풍이 불고 있음을 빗댄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 체류할때 우연히 만난 수영장의 인명구조원조차 내가 한국에서 온 경제기자라고 하니까 미국 증시의 앞날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며 놓아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쉽게 큰 돈을 벌 수도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열기는 동서양이 따로 없는 법. 우리나라도 전국이 주식투자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객장에 등장하는가 하면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 판 돈」, 「논 판 돈」이 입금된다고도 한다. 본사가 현대증권과 공동으로 증권투자 설명회를 한다는 사고(社告)가 나간 지난 8일부터 증권부 데스크에는 설명회 참가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전화문의가 빗발쳐 정상업무가 마미될 지경이었다. 그만큼 증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증시활황은 국제통화기금 체제가 가져다준 사회전반의 침체 분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 제고,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정부 재정자금의 조기 회수 등 긍정적인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도 「증시는 현재 과열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한 가지, 소위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릴 경우에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에 관해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다」라는 우스갯 말이 있다. 떳떳지 못한 남녀관계에 대해서도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도 있다. 증권투자에서의 구분은 다르다. 「알고 하면 투자요 모르고 하면 부나방」이 다. 투자자들이 주가 결정의 메커니즘과 기업내용, 한국경제의 흐름 등 기초 공부를 다지면서 자기 책임아래 주식을 사고 팔기 바란다. 「묻지마 투자」는 증시에 거품을 창출하는 주범이면서 돈 버리고 가정불화 일어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미국 치과의사들이 오후에 병원을 비우는 것은 종목분석을 위해서다」고 아까 말한 나의 동료가 전했다(믿거나 말거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