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급속히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금리상승은 금리자유화 등 중국 정부의 금융개혁 움직임과 긴축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값싼 위안화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행한 200억위안(약 33억달러) 규모의 5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31%로 치솟아(국채가격 하락) 2009년 50년물 발행이 시작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발행 당시 금리인 4.24%는 물론이고 전문가 예상치(5.05%)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리자유화가 장기금리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올해 7월 기준금리의 0.7배 이내로 제한하던 대출금리 하한을 철폐하고 시중은행이 자유로이 대출금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르면 오는 2015년께 기준금리의 1.1배를 넘기지 못하도록 돼 있는 현 예금금리 상한제 역시 자유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시장의 금리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예대금리 통제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정책의 포기를 뜻한다. 쳉칭솅 상하이 항풍은행 분석가는 "우리는 이제 값싼 위안화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1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금리자유화에 대한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가 드러나면서 금리상승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을 가려내고 시중에 풀린 위안화를 거둬들이겠다는 중국 통화당국의 의지와 최근 가중된 물가상승 압력도 금리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13일 10년물 중국 국채금리는 4.6%까지 올라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첸롱 동관은행 분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통화당국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해 시장의 유동성을 죄면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 8월 전년비 2.6% 증가를 기록한 뒤 9월과 10월에 각각 3.1%, 3.2%로 뛰어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PBOC는 최근 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며 유동성 죄기를 통한 시중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기준 중국의 통화공급 증가율은 14.3%로 PBOC의 연간 목표치인 13%를 넘어서 소비자물가와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슝윈 상하이 야오즈자산운용사 매니저를 인용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하면 장기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