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침체로 자동차, 조선업계 등은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수출 및 수주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문은 자동차업계다.
KOTRA에 따르면 대(對)러시아 수출에서 자동차,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11월간 러시아 판매량은 각각 16만4,000대, 18만6,000대로 작년보다 1.5%, 3.7% 감소해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루블화 폭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시장 위축에 따른 판매량 급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수출물량의 30%를 러시아로 보내 왔던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급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 급락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여건이 좋지 않다"며 "중국, 유럽 등으로의 수출 물량을 늘리는 등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의 전체 신차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1.6% 줄어든 220만751대에 그쳤다.
러시아 석유업체들과의 거래를 늘려 온 조선·중공업 업계도 위기감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석유회사들이 발주를 꺼리거나 기존 계약 예정 건도 재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조선·중공업 업체들은 최근 수 년 간 현지에서 합작 공장·조선소를 짓고 항만·터미널 개발에 나서는 등 러시아 매출 확대를 추진해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홍정화 연구원은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으로, 현지에서 환관리가 어려워지고 리스크도 커지면서 점차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 개월 후에 영향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