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신탁/신탁사 “우린 불황 몰라요”

◎4개 신탁업체 올 아파트 3만호 건립 연200% 초고속 성장/주택공제조합·주공 신규진출 움직임 업계 판도변화 예고부동산신탁이 불황기의 새로운 수익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땅은 있어도 개발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땅주인이나 지명도가 낮은 업체일수록 신탁을 이용하면 유리하다. 신탁사가 자금을 확보, 부동산을 개발해 분양까지 마친후 이익금은 돌려주기 때문이다. 신탁개발이 인기를 끌고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신탁사의 영업전략도 다양해졌다. 신탁사를 이용하는 요령과 업체의 영업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신탁사업이 부동산 경기침체의 늪을 벗어날 대안으로 건축주와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신탁사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독 및 연립주택·상가·오피스텔·주상복합빌딩 등 소규모 개발이 주종을 이뤘으나 올들어 아파트단지 등 대규모 사업이 추가되면서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이같은 신탁사업의 활기는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지주들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신탁사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신공영 등 도산한 건설업체가 최근 자사 아파트의 승계시공을 신탁사에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 확대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개 신탁사는 올들어 모두 3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건립을 개발신탁방식으로 추진하는 등 이분야에 대한 눈부신 사업확장을 펼치고 있다. 업체별로는 한국감정원 자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이 8천여가구, 성업공사 계열 대한부동산신탁이 4천여가구, 한국토지공사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이 1만2천여가구, 주택은행 계열 주은부동산신탁이 5천여가구 등이다. 이들 신탁사는 이같은 사세 확장에 힘입어 매출액을 기준으로 연 2백% 이상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94년부터 적자구조에서 벗어난 데 이어 작년부터 개발신탁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한국부동산신탁이 26억원, 대한부동산신탁이 4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토지신탁과 주은부동산신탁의 경우 아직 순익은 없으나 부동산신탁시장의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조만간 순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탁업계도 대한부동산신탁·한국부동산신탁·한국토지신탁·주은부동산신탁 등 기존 4개사에 주택공제조합과 대한주택공사가 신규 신탁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신탁시장의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2월초께 재경원의 본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주택공제부동산신탁은 내년초부터 본격 영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도 공기업의 특성상 관련부처와 신탁사 설립을 위한 신청서 제출여부와 시기 등에 관한 협의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전략경영실 등 실무부서를 통해 광범위한 시장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신탁사의 신규 진출로 국내 신탁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파트 개발신탁사업에 대한 기존업체와 신규 진출업체간 시장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출업체의 영업범위가 설립 이후 2년간 모회사 관련 업무로 제한돼 단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공제부동산신탁의 경우 2천여 조합원사의 아파트 물량을 사업배경으로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아파트 신탁부문의 활성화는 기존시장에 대한 분할구도라기보다는 신탁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상가나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신탁사업의 비중이 옮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국내 신탁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도 만만찮다. 신탁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사나 재벌기업 등도 시장 참여를 원하고 있어 자칫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반응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향후 신탁시장이 산업공단이나 레저단지 등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대될 것으로 보임에따라 이를 수행할 기획·컨설팅 등 노하우의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별취재반=유찬희·정재홍·이은우·전광삼기자 (사회부 부동산팀) ◎인터뷰/김화생 한국토지신탁사장/“규모작고 수익성없어도 고객이익 위해서라면 맡은 책무 다할것” 부동산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유독 부동산신탁시장만은 활황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 자체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자금력·전문성·신뢰성 등을 두루 갖춘 신탁사를 통해 사업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겐 신탁사업이 아직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신탁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데다 이에 따르는 각종 절차가 까다롭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의 김화생사장은 이에 대해 『부동산신탁이란 말 그대로 부동산을 믿고 맡기는 것』이라며 『땅을 살 형편은 못되지만 부동산 투자를 희망하는 경우를 비롯, 땅은 있지만 자금력과 기술력이 모자라 방치하고 있는 경우나 부동산을 이용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또는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창구가 바로 신탁사』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수요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신탁상품으로는 토지(개발)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국·공유지신탁 등이 있다. 토지신탁은 땅은 있으나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나 경험이 없는 경우 신탁사가 가장 적정한 용도의 사용방안을 제시하고 소유자가 동의하면 건축은 물론 분양이나 임대까지 해주는 것이다. 또 관리신탁은 해외에 장기간 체류한다든가 부동산 소재지와 거주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또는 미성년자가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경우 등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부동산을 신탁회사가 대신 관리하는 상품이다. 이밖에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규모가 커서 일반적인 거래방법으로 쉽게 성사되지 않는 부동산을 팔아주는 처분신탁, 긴급한 자금확보를 위해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경우 부동산의 유효 담보력 범위내에서 신탁사가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담보신탁 등이 소비자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다. 김사장은 『흔히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규모가 작거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신탁사에 의뢰조차 하지 않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수익성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개발의사가 있다면 일단 신탁사를 찾아가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신탁사 입장에서는 물론 규모가 크고 사업성이 있는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겠지만 작고 수익성이 없다 하더라도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신탁사의 사회적 책무』라며 『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탁의 대중화가 신탁업무의 양·질적 수준을 올리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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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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