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선거에서 617만여표를 얻었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예상을 뒤엎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정 고문은 진보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온데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로 2위를 한 대중성과 조직력을 갖춰 당내 경선에서 빅3로 꼽히는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후보 등이 연대 움직임을 본격화할 태세다. 정 고문 측은 일단 "경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보였다.
정 고문은 9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에는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권교체의 길을 가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진보적 민주당의 노선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으며 이를 실현하려면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민으로부터 저에게 내려진 사명이며 새로운 길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가 돼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길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고문은 당내 대선 후보들에게 "하나의 팀으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여러분 한 발 뒤에서 정권교체에 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해 경선에 거리를 둘 것으로 관측되지만 주요 대선 주자들은 그의 지원을 얻기 위해 물밑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영남 후보 필패론' 논란에 휩싸인 문 고문과 김 전 경남지사가 호남에서 상당한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정 고문의 측면 지원을 내심 바라며 직간접적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정 고문의 지지 여부에 따라 문 고문의 대세론이 굳어질 수도, 허물어질 수도 있다"며 "김 전 지사는 (정 고문) 지지를 얻는다면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고문 측은 정 고문이 정치적으로 친노보다는 비노 인사들과 가깝고 당 지도부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어 경선 과정에서 힘을 모아줄 여지가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