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현금배당을 늘리면서 배당확대가 어닝시즌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배당 독려 정책과 최근의 주주친화 정책에 화답한 성격도 있지만 하방 경직성이 강한 배당의 속성을 고려하면 배당증가는 기업이익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결산배당을 늘린 기업 가운데 올해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을 추려보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코스피·코스닥의 84개 기업 가운데 48개사가 배당성향(총 배당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14.2%에서 15.4%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등을 통해 기업들의 배당을 독려한 것과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들의 배당확대 압력이 높아진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기업의 배당증가를 이익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은 일단 한 번 늘리면 쉽게 줄이기 힘든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앞으로 배당을 유지할 만한 이익을 낼 자신감이 없으면 배당확대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어닝시즌의 투자전략으로 전년 대비 배당확대 결정을 내린 기업 가운데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선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주당 배당금을 확대한 기업은 주가가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고 다음해 이익 증가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속한 기업 가운데 지난 2010년 이후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늘린 기업들의 6개월 평균 수익률(매해 6월까지 수익률)은 9.8%로 배당이 감소한 평균수익률(2.6%)에 비해 7.2% 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대비 초과수익률도 14.3%에 달했다. 배당을 늘린 기업의 다음해 이익 증가율 중간값 역시 -1.2%로 배당을 줄인 기업의 중간값(-15.5%)에 비해 높았다.
류 연구원은 "이익 증가율 예상치가 높고 배당이 증가한 종목은 애널리스트와 기업이 이익성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실적과 배당이 조화를 이룬 종목을 선별적으로 골라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의뢰해 코스피200 기업 중 지난해 기말 결산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 곳은 호텔신라·삼성생명·LG전자·대우인터내셔널 등 21곳이었다. 호텔신라가 지난해 685원(우선주 포함)의 현금배당을 결정해 주당 배당금 증가율이 13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삼성생명(110%), LG전자(98%), 대우인터내셔널(67), 삼성화재(65%), 현대차(53%), 현대제철(50%) 등의 순이었다. 배당이 증가한 종목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늘어날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호텔신라·LG전자·대우인터내셔날·삼성화재·현대차·현대제철·NAVER·에스원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