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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선제로 치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 선거에서 한상균(52) 전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지부장이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 신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도 강성파에 속하며 내년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노동 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심화되고 노사관계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결선투표 개표 결과 기호2번 한상균·최종진(56)·이영주(49) 후보조가 전체 투표인 37만3,742명 가운데 18만2,249표(51.62%)를 획득해 17만801표(48.38%)에 그친 전재환(53)·윤택근(49)·나순자(49) 후보조를 제치고 제8기 민주노총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민주노총 내 좌파 계열인 노동전선 소속이자 쌍용차 현장 조합원 출신인 한 신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77일간 이어진 쌍용차 점거파업을 주도하다 해직된 뒤 3년간 구속됐다. 출소 후에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법원에서 '해직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민주노총 본부나 산업별 노조 지도부에서 활동한 적 없는 현장파로 노동운동 경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지만 현장 계열 조직들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파업 △지역 노동운동 강화 △비정규직 조직화와 비정규 노동자 조직운영 참여 보장 △조합비 정률제를 통한 민주노총 재정독립 강화 ▦사회연대위원회를 통한 연대운동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최근 정부가 노동 시장 구조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한 후보가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번 선거에서 '즉각적 총파업'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던 한 신임 위원장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후 복귀하지 않은 채 장외에서만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한 신임 위원장은 "노사정 야합을 통한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시장 구조 개악'을 앞세워 정부가 임금-고용 파괴를 기도하고 있다"며 "부문별 투쟁이 전국적인 울림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확산하고 이를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으로 모아내야 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민주노총의 제8기 지도부 선거는 사상 첫 직선제로 진행됐다. 약 67만명의 조합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만큼 공직 선거를 제외하고는 사상 최대의 규모로 치러졌다. 당초 첫 직접선거인데다 조합원들의 관심이 저조해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1차 투표 62.7%, 결선투표 55.9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고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에 방어해줄 수 있는 인물을 조합원들이 택한 것 같다"며 "노동 시장 유연화를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워 이제 노정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