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식민사학 청산, 제2 독립운동이죠"

이종찬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

"요동은 고대 조선 강역" 마오쩌둥 등도 인정했는데

고대사 오류 논문 발간 등 동북아재단이 中동북공정 도와

지난달엔 공익감사 청구

이스라엘처럼 자주사관 세워야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의식은 여전히 식민지 속에 살고 있어요. 식민사학을 청산해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면 나로 봐서는 이게 역사를 바로잡는 제2의 독립운동입니다."

이종찬(78·사진) 전 국정원장(우당기념관장·식민사학해체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은 최근 우당기념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식민사학 바로잡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3월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술대회를 갖고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와 공동의장으로,김병기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등이 참여하는 식민사학해체국민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이어 4월22일에는 감사원에 동북아역사재단이 설립목적에는 아랑곳없이 오히려 중국의 동북공정에 부응하는 행태를 일삼아왔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그는 우선 이 운동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중화 패권주의와 일제 황국사관으로부터 우리 역사를 지키라고 만들어준 동북아역사재단이 오히려 중국 동북공정에 부응하는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북아재단이 10억원을 하버드대에 주고 한국의 고대사가 한나라 지배하에 있었다는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여러 나라에 배포했습니다. 국고를 10억원씩이나 들여 중국 동북공정 심부름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운동본부에 따르면 재단은 올해 초 식민사학에 기반한 논문들을 6권으로 번역한 '한국 고대사의 한나라 영지들(사진)'이라는 책을 하버드대를 통해 발간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한사군 중 하나인 낙랑군의 위치를 대동강 주변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민족사학자인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한사군과 위씨조선은 요동에 있었다고 성재 이시영 선생도 감시만어를 통해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 모두 요하 근방에 있었다고, 박은식 선생은 대동고대사론에서 기자조선은 요동에 있었다고 쓰는 등 독립운동가들이 일관되게 요하 일대론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고대사는 이병도씨의 스승으로 일제 총독부 조선사편수회를 주관한 쓰다 소키치가 만든 역사관을 따르고 있어요. 한반도 북부는 한사군이 지배했고 남부는 나라 없이 75개 부족국가였는데 그중 하나는 광개토대왕 비문 왜곡으로 꾸민 임나일본부라는 거예요. 한국이란 주체성 없고 예전부터 남의 나라가 지배했던 비참한 땅이라는 겁니다. 중국은 또 동북공정을 만들어 고조선·부여·발해사도 자기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이것을 제대로 알리자고 동북아역사재단 만든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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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1960년대초 북중 국경선 설정 전후 마오쩌둥 주석-김일성 수상, 주우언라이 총리-북한 조선과학원 대표단과 대화할 때 중국 지도자들까지 요동은 고대 조선의 강역이었다고 발언했던 게 최근 이종석(전 통일부 장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대화록을 분석한 논문에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마오쩌둥도 김일성에게 요동·동북3성은 고대 조선의 강역이었다. 역대 봉건 왕조들이 밀어내 압록강 뒤로 가게 됐다. 역사를 바로 쓰라고 얘기했다는데 그건 고사하고 한반도까지 중국땅이었다고 우리 입으로 얘기하면 말이 됩니까."

그는 또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자주 사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2,000년동안 버려졌던 땅도 역사의식이 있어 찾았어요. 지금은 남이 점령하고 있지만 시온(Zion·예루살렘 성지의 언덕)은 우리 땅, 거기로 가자는 시오니즘으로 차지한 겁니다. 식민지로 지배하던 영국이 팔레스타인 대신 아프리카 우간다 빅토리아호수 부근 비옥한 땅을 추천했지만 척박하더라도 젖과 꿀이 있는, 모세가 찾으려던 가나안에 가겠다 해서 이뤄냈다는 거예요."

중국이 주장하는 동북공정, 역사관에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다.

"저들이 솔직하게 얘기해요. 청나라 민족은 몽고 민족, 어떤 의미에서는 일란성 쌍생아라고. 맞습니다. 우리도 거기(만주) 있다가 갈라져 내려왔고 거긴 남아 있엇고 그런 차이예요. 중국은 굉장히 흡인력이 있는 민족입니다. 중화(中華) 아닙니까. 자기네는 그렇게 흡수한 것으로 해석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갈라져 내려온 역사라고 하면 공존할 수 있는 겁니다. 과거 그 땅에 있었던 고구려 역사까지 자기 것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역사를 제대로 밝히는 게 화해하는 길입니다. 우리 것을 없애고 화해할 수는 없어요."

그는 원내총무로 있던 1980년대 중반에도 국회에 강단학파와 재야학파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갖는 등 식민사관 극복에 힘을 기울여왔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과 왕래가 없어 만주에 뭐가 발견되는지 몰랐어요. 강단학파들이 실증주의를 내세우면 게임이 안 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만 쳐도 중국 자료들이 다 뜹니다. 1차 사료를 갖고 논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나라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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