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와 밀접접촉한 발병 의심자가 중국으로 출국하는가 하면 비격리자로 분류된 사람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보건당국의 메르스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세번째 메르스 환자 C씨(76)와 접촉한 후 발열 증상이 있던 C씨의 아들 K씨(44)는 지난 26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K씨는 병문안 차 국내 첫 환자인 A씨(68)와 C씨가 입원한 병실에 4시간가량 머물렀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C씨와 그의 딸 D씨(40대)의 감염확진에도 불구하고 K씨를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딸이 아버지를 돌보다 감염이 됐다면 아들도 당연히 체크를 했어야 마땅하다.
당국의 통제 밖에서 K씨는 발열 증상으로 22일과 25일 한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한 데 이어 진료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26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건당국이 K씨를 격리대상자에만 넣었어도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의 이런 허술한 대처에 이날에만 A씨와 한 병원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 등 감염자가 두 명이 늘어나는 등 메르스 공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총 환자 수는 모두 7명으로 중동을 제외하면 세계 각국에서 환자 수가 가장 많다.
특히 이날 새롭게 감염 사실이 확인된 F씨(71)는 A씨와 지난 15~17일 같은 병동에 머물렀지만 같은 병실은 쓰지 않아 자가격리 대상에조차 포함돼 있지 않은 사람이다. F씨의 확진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밀접접촉자 60여명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온 보건당국의 방역체계 자체가 관리대상자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밀접접촉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메르스가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당시 입원환자들을 일일이 추적해 밀접 접촉이나 증상 발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앞서 27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알제리를 다녀온 뒤 기침 등의 증상이 있어 감염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던 한 여성은 시설 격리를 위해 정읍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음성으로 판정 났길래 망정이지 감염자였다면 지역사회로 전파될 우려도 있었다.
서울 소재 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출국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적인 망신이며 만약 확진 환자가 된다면 국제적인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