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안전보장은 소득수준과 비례하여 강화되는게 정상이다. 잘 살게되면 그만큼 소비자들이 더 대우를 받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소비자안전수준은 매우 엄격하다.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다 경미한 피해를 보더라도 피해보상소송을 제기, 막대한 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오죽하면 기업들이 제품에 거의 일어날 확률이 없는 피해마저 조심하라고 사전 경고를 하고 있을 정도다. 웬만한 소비자피해는 기업이 보상하도록 소비자안전 관련 법과 제도가 매우 철저하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품이 미국에서 안전문제로 큰 물의를 일어킨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 기업들도 세계최고수준의 소비자안전규정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국내소비자보호와 안전의식은 어떤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를 제조업자가 배상하도록하는 제조물 책임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결국 시행이 2002년7월로 연기됐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제조업체들의 압력을 의식한 여야의원들이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속에서 정부가 아무리 선진국수준의 소비자안전 관련 제도와 법률을 정비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기업현실을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제도정비라는 반발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차제에 기업들의 소비자보호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안전제도 강화는 기업의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까다로운 선진국기준에 맞추다보면 품질과 성능도 같이 향상된다. 반면 허술한 국내안전기준에 안주하려는 자세는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여서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있겠지만 이제는 국내 소비자안전규정을 선진화하는데 동참하는 것이 옳다.
소비자안전제도 강화는 일부 외국산 농수산물과 육류 등의 농약및 세균오염실태를 볼때 국민건강 및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시급하다. 나아가 외국 농수산물과 공산품의 홍수를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될 수도 있다. 내년쯤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대로 회복될 전망이다. 국민들이 선진국수준에 걸맞은 건강권과 제품선택권을 보장받는 것은 마땅하다. 다만 경제위기를 아직 완전히 극복치못한 만큼 기업들의 부담을 가급적 덜어주는 보완장치마련은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