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여건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는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우리 경제는 큰 힘을 얻게됐다.재정경제부 당국자는 5일 『클린턴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로 정치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경제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정치문제로 갈팡질팡해온 미국이 안정을 되찾은만큼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주도권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간선거직후인 지난 4일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무척 고무적이다. 세계공황론까지 들먹여지던 지난 8월말 한때 10%까지 급등했던 10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이날 4.95%로 전날보다 0.30%포인트나 하락했다. 가산금리 하락은 곧 채권가격 상승을 뜻한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4%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 8월7일이후 3개월만의 일. 은행이나 기업이 해외에서 외자를 차입하는 비용도 덩달아 하락할 전망이다.
또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갈수록 호전되고 있는 국제금융계의 한국평가에 힘을 더 실어줄 전망이다. 5일 재정경제부를 방문, 한국경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JP모건의 아시아지역 투자분석가 스테판 젠은 『한국경제가 이미 바닥을 지났는 지도 모른다』는 의외의 평가가 내놓았다.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젠은 그동안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많이 발표, 정부가 껄끄럽게 생각해온 인물. 최근 모건스탠리사가 신흥시장 투자액의 2%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는 17∼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에서 중간선거 승리로 한층 힘을 얻은 클린턴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선진7개국(G7)이 지난달말 「세계경제 살리기」를 선언한데 이어 APEC정상회담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뒤이어 19∼20일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도 「미야자와 플랜」등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1∼22일 방한(訪韓)때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경제회생을 위해 내놓을 카드도 주목거리다.
재정경제부 변양호(邊陽浩)국제금융과장은 『미국 민주당 승리가 국제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때마침 한국경제를 보는 외국투자자들의 눈길이 무척 부드러워지는등 해외여건이 호전되는 추세』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