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확대 호기·보호육성 울타리 붕괴/개방파고 넘기 위해선 정부지원 필수지난달 2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23차 중소기업국제회의(ISBC)의 주제는 세계화와 중소기업이었으며, 핵심 테마는「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이었다. 한마디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세계화의 현실을 기회와 위협으로 정의한 것이다. ISBC가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기회 일변도로 보지 않고 기회와 위협이라는 다분히 양면적 상황으로 의미 부여한 것은 중소기업의 세계화가 능동적으로 개척, 조성된 환경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정치 경제 사회등 전반에 걸쳐 일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동승했기 때문이다.
호리오 다우스터 주벨기에 브라질대사도 개회식 전체회의에서『세계화는 중소기업에게 경쟁력 제고와 시장확대를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호및 육성이라는 울타리 붕괴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함축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기노시타 히로오(목하박생) 일본 중소기업사업단 이사장은『그동안 중소기업과 원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던 대기업들이 최근 세계화 바람을 타고 협력 파트너를 해외에서 찾는 경향이 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은 물론 거래처 상실에 따른 중소기업의 판매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세계화에 따른 그늘의 한 단면을 설명했다.
이같이 세차게 불어닥치고 있는 세계화의 한 복판에서 중소기업이 찾을 수 있는 해법의 하나는 일단 정부의 지원이라는게 이번 ISBC 참석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중 하나였다. 아직까지는 중소기업 홀로 개방 파고를 이겨내기는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관련, 다누타 휘브너 폴란드 통산부 부장관은 중소기업 세계화에 관련한 정부 정책을 다룬 제1분과회의에서『세계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의 활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신용기금 설립, 정보접근 확대, 신기술 개발등 중소기업 지원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존 니 대만 중소기업국장은『대만 정부는 현재 중소기업을 위해 금융지도 시스템, 기술지도 시스템 등 10여가지의 지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세계화가 본격 가시화되면서 이의 강화및 보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세계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조건이라면 중소기업 스스로 위협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일련의 자구적 행동들은 충분조건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일본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오던 대기업들이 좀더 비용이 저렴한 해외 협력기업을 찾아 떠나면서 발생한 공백을 단합된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이와관련, 기노시타 이사장은『그동안 특정 대기업에만 납품하던 중소기업들이 최근에는 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해 오히려 거래 대기업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등 바겐 파워를 키우나가고 있다』면서『중소기업간 공고한 협력이 전제된다면 내수시장에서의 판로확보는 물론 중소기업 주도의 해외시장 진출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노시타 이사장의 언급처럼 세계화를 지나치게 위협적인 요소로만 볼 필요는 없다.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 중소기업과 정부간의 협력, 그리고 국제 중소기업간 정보, 생산, 판매에서의 협력등 실질적인 협력이 전제될 경우 세계화는 진정 중소기업에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기회의 무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아테네=정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