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는 원화 강세장에서 상승 탄력을 받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수입 물가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 실적이 개선되는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원화 강세 속에서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유통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문제는 유통주의 주가를 끌어올려줄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통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편의점 등 유통 채널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백화점 대표 종목인 롯데쇼핑(023530)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만4,000원(4.40%) 하락한 3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세계(004170)는 6,000원(2.70%) 내린 21만6,000원, 현대백화점(069960)은 500원(0.38%) 하락한 13만5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은 3,100원(11.44%) 내린 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은 연초보다 25.12%, 신세계는 16.12%, 현대백화점은 18.69%, GS리테일은 9.7%나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올해 유통주의 주가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주원인은 실적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8% 줄어든 3,180억원에 그쳤다. 이달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당사 추정치를 밑도는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1·4분기 영업이익이 4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줄어든 987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은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늘어난 127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치(17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오는 큰 원인은 해외 직접구매 등 새로운 유통채널의 등장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수요가 기존 유통 채널에서 조금 더 저렴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는 해외 쇼핑몰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존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업체의 실적 개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고 설명했다.
당분간 유통주의 주가가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는 결국 실적과 함께 간다"면서 "올 2·4~3·4분기에도 유통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유통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증권 업계의 컨센서스였다"면서도 "현재는 컨센서스를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유통주에 대한 목표주가도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8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NH농협증권은 신세계에 대해 실적 개선 지연으로 당분간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SK증권은 GS리테일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낮췄다.
내수주에 투자한다면 내수 방어주인 화장품·음식료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입 원재료 값 하락으로 이익률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 연구위원은 "내수 경기를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면 경기 민감주인 유통채널 종목보다는 화장품과 음식료 같은 내수 방어 종목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