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주중대사 측근 외교 기대한다


잔인한 4월이다. 봄이 왔다고 하는데 한반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오늘내일이라도 전쟁을 하겠다는 북한의 협박에 한반도는 다시 냉전상태다.

북한은 전시상태를 선언하며 개성공단까지 볼모로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고 미국은 B-52 전략 폭격기와 핵잠수함, B-2 스텔스 폭격기에 이어 F-22 스텔스 전투기 2대 등 전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다.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전쟁을 대비하던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친박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권영세 전 의원을 신임 주중대사로 내정했다. 안호영 전 외교통상부 차관을 주미대사로,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을 주일대사로 내정하며 미ㆍ러는 전문성, 중일은 관계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신임 대사를 반기는 중국 지도부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주중대사의 교체가 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정치인 중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이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은 다행이다. 중국 측도 권 신임 대사의 내정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김무성 전 의원을 특사로 보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서와 전화통화에서 개인적 인연을 말하는 등 적극적인 관계회복 의지를 보인 연장선상에서 권 대사의 내정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승인절차)을 거쳐 한 달 뒤면 권 대사가 베이징으로 부임하게 된다. 베이징에 도착한 권 대사의 첫 번째 과제는 뭘까. 다양한 한중 간의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우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변화를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중국 외교관들의 말이 아닌 실질적으로 중국을 움직이는 지도부의 속내를 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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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에 과거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북한이 최우선 우방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지도부도 존재하지만 더 이상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 미국과 전략적 균형을 원한다. 중국이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비핵화, 6자회담, 당사자 간의 냉정이라는 말도 북한정권의 붕괴에 따른 전략적 완충지역을 잃어 동북아에서 미국의 포위전략에 맞서 직접 대치하는 형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붕괴를 정말 원할까. 미국 입장에서도 전략적 균형과 일본과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며 동북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이 필요하다.

중국 대북정책 변화에 조정력 발휘해야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하며 핵 보유국의 지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미국도, 중국도 과거와 다른 대북정책을 짤 수밖에 없다. 미중 모두 현 상태 유지를 원한 것이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며 동북아 정세의 게임 메이커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북핵 문제에 '중립'이 아닌 '적극적 개입'을 통해 국가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 대사는 부임 이전부터라도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박 대통령에게 한중 관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한반도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국익을 위해 대북정책을 바꾼다면 바뀌는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한국 국익에 유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친박 측근 정치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수 몇 명의 측근들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한중 관계에는 측근 외교가 필요하다. 권 대사가 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면 제대로 중국의 변화를 읽어 제대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제시해 한중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런 측근 외교라면 누구도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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