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남북 통일 후 북한 주민에게 어떤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지 시나리오별로 주도면밀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상호(사진) 원장은 12일 "북한 지역의 토지 소유권과 화폐 통합, 산업 정책 등과 함께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혼란과 통일비용을 줄이고 남북한 주민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제12대 보사연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연구원에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를 꾸려 북한의 사회보장제도와 운영상황, 통일 후 북한 주민에게 적용할 사회보장제도와 보건·복지체계를 중점 연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 조직을 개편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그는 총론은 어느 정도 준비돼 있지만 각론은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남한보다 사회보장제도를 먼저 도입했지만 탈북자들에 따르면 기업소마다 장부에 가입 이력을 기록해놓았을 뿐 남한처럼 보험료를 내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며 "따라서 이들에게 남한의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변형시켜 적용할지가 사회복지 재정과 남북한 주민 간 형평성, 북한 주민의 대량 남하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주민의 대량 남하를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북한에 잔류하는 주민들에게 사회보장제도와 토지 소유권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과거 서독이 통일 직후 동독의 토지 소유권을 분단 전 소유권자에게 인정하는 바람에 큰 혼란을 겪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그는 "동독에 투자를 하려고 토지 계약을 맺었는데 나중에 '내가 진짜 소유자'라며 반환을 요구하거나 '알박기'를 하는 바람에 투자를 철회하거나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가 잇따랐다"고 했다.
김 원장이 통일 후 사회보장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다. 동서독의 통일 과정을 목격한 그는 준비된 통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당시 독일에서 통일을 예상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더 빨리 통일될 것으로 전망했어요. 한국도 어느 날 갑자기 닥칠 통일을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출신인 김 원장은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재정학회 이사,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